장기적으로 반사회적 성향을 보인 사람의 뇌를, 평생 범죄를 저지른 적 없는 사람의 뇌와 비교한 사진. 파란색 부분은 표면적이 상대적으로 더 작은 부위다. 차이가 더 클수록 더 짙은 파란색으로 표시됐다. (사진 = 란셋 사이키어트리 캡처)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반사회적 행동을 계속하는 사람은 일반적인 사람들과 뇌 구조가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17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은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미국 듀크대학교 등이 공동 진행한 연구 내용을 보도했다.
연구팀은 1972~73년에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672명의 사람들을 조사한 데이터를 분석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 데이터는 참가자들이 7~26세 사이에 보인 반사회적 행동들을 2년 주기로 기록하고 있다. 이는 참가자 본인과 보호자 및 교사들의 보고에 의해 수집된 자료다. 참가자 전원은 45세에 두뇌를 스캔 받았다.
연구팀은 해당 참가자들을 먼저 세 분류로 나눴다. 첫 번째 그룹은 조사기간 내내 장기적으로 반사회적 행동을 보인 사람(80명)들이다. 두 번째 그룹은 청소년기에만 반사회적이었던 사람들(151명)이었으며, 마지막 그룹은 특별한 반사회적 행동을 보인 적 없는 사람들(441명)이었다.
그런 후에 연구팀은 세 집단의 두뇌 스캔 결과를 비교해봤다. 그 결과 장기적으로 반사회적 행동을 보인 참가자들의 뇌는, 반사회 성향을 보인 적 없는 사람들에 비교해 두뇌 여러 영역에서 표면적이 더 작게 나타났다.
또한 감정조절, 동기부여, 행동조절 등과 관련된 부위의 회백질이 더 얇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정조절, 동기부여, 행동조절은 모두 반사회적 행동과 관련 있는 뇌 기능으로 여겨져 왔다. 회백질은 뇌와 척수에서 신경세포가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부분으로, 뇌에서는 겉 부분에 해당한다. 이러한 차이는 참가자들의 IQ나 사회경제적 지위와 같은 차이를 반영해 비교했을 때에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한편 청소년기에만 반사회적이었던 사람들의 경우 반사회적 성향을 보인 적 없는 사람들과 비교해 회백질 두께 상의 차이는 관찰됐지만, 표면적에서는 차이가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연구 결과에 대해 논문 공동저자 테리 모핏 듀크대학교 교수는 "이를 통해 도출할 수 있는 사실은, 장기간 반사회적 행동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두뇌 차원에서 일종의 장애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연구팀은 아동 시절의 궁핍과 같은 환경적 요소에 더불어 기타 유전적 요소가 초기 두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흡연이나 음주, 약물남용이 나중에 두뇌 변화를 일으켰을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공동저자 에시 비딩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어린 범죄자들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유형이 존재한다는 기존 연구를 뒷받침한다. 이는 어린 범죄자들을 다 똑같이 대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지속적인 반사회 행동을 보이는 아동을 빠르게 찾아 내고, 아동 본인과 부모를 지원해 차후 범죄를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연구팀은 이번 연구의 분석 대상이 백인뿐이었으며, 두뇌 스캔이 성인 시기에만 이뤄졌다는 점, 그리고 장기적 반사회 행동 집단이 80명에 불과해 표본이 충분치 않았다는 점 등을 연구의 한계로 꼽았다.
연구는 란셋 사이키어트리(Lancet Psychiatry) 저널 최신호에 게재됐다.
방승언 키즈맘 기자 earny@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