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게 웃는 살와(3)와 무함마드(32)의 모습
나라를 휩쓴 내전 속에서 딸의 순수한 마음을 지키려는 시리아 가족의 사연이 네티즌들에게 안타까움을 선사하고 있다.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 시에 살고 있는 32세 남성 압둘라 알 무함마드와 아내, 그리고 딸 살와는 내전으로 인해 전에 살던 지역에서 탈출해 같은 시에 살고 있던 친구의 집에서 지내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무함마드처럼 피난해야 했던 이들립 시민은 70만 명이다.
최근 무함마드는 트위터에 영상 한 편을 올려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영상에 나란히 등장한 부녀는 어떤 소리를 기다리며 대화를 나눈다. 무함마드가 "비행기야, 폭탄이야?"하고 묻자 딸은 "폭탄이야, 터지면 웃어"라고 말한다. 이내 폭발음이 들리자 딸은 기다렸다는 듯 웃음을 터뜨린다. 아버지가 웃기냐고 묻자 살와는 "응 웃겨"하고 답한다.
살와가 폭탄 소리에 이처럼 웃게 된 것은 딸의 정신세계를 보호하기 위한 무함마드의 노력 덕분이다.
알자지라 등 현지 언론을 통해 무함마드는 딸과의 '놀이'가 시작된 경위를 설명했다. 피난을 떠나기 전 살와는 이웃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폭죽 소리를 무서워 했던 적이 있다. 당시 무함마드는 폭죽을 직접 보여주며 '장난감 소리일 뿐'이라고 설명했고 살와는 안심할 수 있었다.
무함마드는 이 때의 기억을 살려 아직 전쟁이 뭔지 모르는 살와에게 폭탄 소리 역시 '그냥 게임일 뿐'이라고 이야기 해줬다. 그는 "딸아이의 마음 속에서 공포를 몰아내야만 했다. 살와가 (폭탄의) 크고 무서운 소리를 가볍고 즐거운 소리인 것처럼 생각하길 바랐다고"며, 그러나 살와가 성장함에 따라 "'놀이'가 더 이상 살와를 안심시키지 못할 것 같아 염려된다"고 전했다.
무함마드 가족을 피난민으로 만든 시리아 반군과 시리아 정부군 내전은 지난 2011년 촉발돼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들립 지역은 시리아 반군의 마지막 거점으로 반군을 지원하는 터키와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는 러시아가 대립하고 있다. 양국은 지난 2018년 9월 이들립 일대 휴전에 합의했고 터키군이 휴전 감시를 위해 이 곳에 주둔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정부군과 러시아가 공격을 재개한데 이어 최근에는 정부군 공격으로 터키군 12명이 사망하면서 긴장이 다시금 고조됐다. 터키 러시아 양국은 17일부터 휴전 복구 합의 등을 위한 회담에 들어갔으며 아직 결과는 알려지지 않았다.
방승언 키즈맘 기자 earny@kizmom.com
입력 2020-02-19 15:27:28
수정 2020-02-19 15:2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