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제각기 걸어온 삶이지만 대부분 귀농을 꿈꾸는 이유는 비슷하다. 사람에 치여서, 소음이 싫어서, 한적한 전원생활을 즐기고 싶어서. 최근에는 농사뿐만 아니라 새로운 창업이나 자신만의 기술을 바탕으로 제 2의 귀농·귀촌 인생을 꿈꾸는 젊은 부부들이 늘고 있다.
남편과 함께 전원생활을 시작한지 4년차가 되어가는 한 청년 농업인 A씨는 귀농의 이유에 대해"정신적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도시에서 남편은 직장 생활을, 저는 작은 미술교습소를 했었다"면서 "일을 그만두고 고향인 화성으로 내려와 집안의 가업인 친환경 벼농사를 물려받았고, 농사의 농자도 모르던 우리가 농사꾼이 됐다"고 했다.
성공적인 귀농 생활 정착을 위해 각종 센터에서 귀농 교육도 받았다. 농촌생활을 한다고 해서 꼭 농사만 지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도시에서 쌓아올린 노하우나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거나 농촌에서만 가능한 라이프와 접목 시킨다면 새로운 창업 아이템이 될 수도 있다.
반려견 수제 간식점, '슬기로운 댕댕생활'
그는 "농업도 5차 산업시대에 발 맞추어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교육 받았다"라면서 "우리가 어떤 사업을 할 수 있을지 정말 많이 고민했다"고 했다.
고민 끝에 생각한 아이템은 바로 강아지 수제 간식. 그는 "어미 진돗개로부터 백구와 황구 두 마리를 입양했고, 정말 내 자식처럼 키우다보니 '개'라는 동물에 대한 애정을 키우게 됐다. 이후 새끼 골든리트리버 두 마리를 더 키우게 되면서 총 4마리를 키우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아파트에서 누리기 어려운 주택생활을 즐기던 중, 개를 키우다가 반려견 수제간식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 것이다.
반려견 수제 간식
최근에는 유튜브나 웹사이트 등을 통해서도 귀농에 대한 젊은 부부들의 생활상을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다.
귀농 4년 차 이종효(33)·김수진(31) 부부는 500만원으로 충북 옥천에서 '시골부부카페'를 차렸다. 유튜브 채널 '귀농다큐'에 출연해 귀촌 후 살아가는 소소한 생활을 공개한 이들은 농촌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크로플 등의 디저트 메뉴를 선보이며 "다른 곳보다 저렴하게 팔고 있다"고 했다.
이 씨는 "순수익은 350~400만원 정도"라면서 "부자가 되려고 했다면 500만원 가지고 시작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오로지 내 색깔이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좋아해주더라. 그걸 좋아해주니까 저희도 좋고, 그래서 여기엔 진상 손님이 없다"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만화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이 씨는 서울에서 벽화사업을 했었다. 그러던 중 부모님의 계시던 시골에서 두 달 정도 살다가 2년 정도 귀농을 준비했고, 전공을 살려 자신만의 취향이 담긴 아기자기한 카페를 차렸다.
게다가 마을의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벽화수업'을 진행하면서 보람도 얻고 있다.
물론, 몸 담고 있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정착하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귀농·귀촌이 막막하게 느껴진다면 정부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정부는 내년부터 코로나19 사태로 늘어나는 농촌 거주 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농촌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농촌 생활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있는 프로그램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농촌 체험을 위해 지역별 특색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프로그램에 성실히 참여할 경우 연수비도 지급한다.
귀농·귀촌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귀농을 위해서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시작하기 보다는 정확한 시장 조사와 치열한 아이템 구상, 귀농교육, 농촌생활 문화 적응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