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등학교 교훈 및 교가에 성차별 표현이 잔재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국여성정책연구이 지난해 9월 전국 초·중·고의 교가와 교훈에 들어간 성차별 표현을 조사한 결과가 1일 발표됐다.
먼저, 여학생을 지칭할 때 '향기, 꽃송이, 순결, 아름다운' 등으로 성 편향적 표현을 쓴 경우가 전국 97개 여자 중학교 가운데 64.9%(63개)였고, 여자 고등학교 69개 중 47개에 해당하는 68.1%도 이런 표현을 쓰고 있었다.
남학생을 '건아·씩씩한·나라의 기둥'으로 지칭하는 교가, 교훈을 쓰는 남자 중학교는 전국 99개 중 24.2%(24개)였으며, 남자 고등학교 70개 중 38.5%에 해당하는 27개 학교가 이런 표현을 사용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여학생을 성 편향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중학교에서는 남학생의 2배, 고등학교에서는 1.7배로 많았다.
교가와 교훈에 등장한 사회적 역할을 살펴보면 남학생은 '자주적·도전·꿈·미래·능력' 등 성취 지향적인 인물상으로 표현됐으나, 여학생은 '배려·나눔·봉사·아름답게' 등 관계 지향적 인물로 묘사된 경우가 많았다.
성취 지향적 표현이 사용된 중학교는 남중 41.4%, 여중은 10.3%로 나타났으며, 관계 지향적 표현이 사용된 중학교는 남중 0%, 여중 34.0%로 명확한 차이를 보였다.
또, 남고의 45.7%는 성취 지향적 표현을 사용하나 여고에서는 11.5%만 이런 표현을 담고 있다.
관계 지향적 표현을 사용한 남고는 남중과 마찬가지로 아예 없었다. 여고에서는 28.9%가 이런 표현을 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를 수행한 김은경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학교의 여성 편향적 표현 사용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교육부의 17개 시·도 교육청에 대한 예산 지원으로 교가·교훈 개선 작업을 지원하고, 시·도 교육청별로 교가·교훈 새로 쓰기 공모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여성정책연구원은 2일 오후 서울 은평구 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여가부 주관으로 열리는 토론회 '생활 속 성차별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 참여해 논의할 예정이다.
토론회에서는 이 밖에 전국 260개 지방자치단체와 시·교육청이 사용하는 마스코트 속 성차별 요소를 점검한 결과 및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여성 고용·돌봄 문제와 국제결혼 개선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여가부는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에 대해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중앙성별영향평가 위원회의 심의·의결을 받는다. 그 후 교육부와 지자체 등 관련 기관에 정책 개선을 권고할 예정이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