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될 뻔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전력으로 도망치면 범인의 범행 욕구가 현저히 낮아진다는 경찰 연구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은 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 수사팀 소속 한정일 경감과 박완규 한국에너지공과대 에너지공학부 교수의 연구를 통해 나온 것으로, 한국범죄심리연구에 게재됐다.
두 사람이 연구한 주제는 실종이나 유괴 위험의 상황에서 벗어난 어린이의 당시 환경, 도주 거리별 유괴범의 추적 행위 등의 비교 분석이었다.
이 연구는 기존의 비슷한 논문에서 사용한 문헌 및 정책 탐구 방식이 아닌, 피해자 아동의 실제 경험담을 듣고 이야기 형식으로 탐구했다는 점에서 새롭다.
저자들은 아동의 실종과 유괴 예방을 위한 방법으로 '20m 전력 도주'를 강조했다. 이상한 낌새를 보이는 사람을 마주했을 시 최소 20m를 전력 질주하여 도망치면 유괴범의 범행의욕도가 줄어들어 포기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도망치는 아이와 유괴범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범행의욕이 낮아진다는 점을 설명했다.
1~4m 거리에서는 범인이 범행 의욕을 그대로 유지하지만 8m 이후에는 아이를 잡는것이 무리라고 생각하게 된다. 10m 이후에는 급격히 의욕이 줄어들고 16m 지점에서는 포기하려는 심리가 발동하며, 20m 지점이 되면 범행을 완전히 그만두게 된다는 분석이다.
실제 사례로 7세 김모군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김모(7) 군은 집 앞 놀이터에서 혼자 있던 중 아이스크림으로 아이를 꾀어내려는 50대 남성을 마주했다.
이 남성은 억지로 아이의 팔목을 잡아 끌어 놀이터에서 데리고 나왔으며, 그는 모텔 후문에서 성추행을 하려는 범행 계획을 지니고 있었다. 김 군은 남자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현장에서 도망쳐 어른들이 서 있는 임시형 방문학습지 홍보부스를 향해 전력질주했고, 그 거리는 약 20m 였다.
김 군은 면담에서 "아저씨가 계단에 앉아서 밖을 둘러볼 때 막 뛰었다. 아빠가 그렇게 하라고 했다. 골목을 나오니 친구들이 많이 하는 학습지 이름이 보이고 아줌마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처음에는 아저씨가 뒤따라오다가 아줌마들 있는 곳으로 내가 가니 멀리서 쳐다만 보고 뒤돌아 가더라"라고 밝혔다.
저자들은 "부모의 반복적인 교육이 피해 아동이 현장에서 전력 도주해 벗어날 수 있었던 유일한 해결책이었다"고 평가했다.
수사경력 3년 차인 실종 수사 담당 경찰관도 논문을 위한 면담에서 아동의 '전력 도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아동 납치 살인 사건 621건을 분석한 골든타임 기록을 보면 1시간 이내 44%의 아동이 죽는다. 사후 대응책도 중요하지만, 실생활에서 최선의 탈출법은 인적이 드문 범행 장소에서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라고 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