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밀가루 등 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크게 오르자 동네 빵집·칼국숫집·만둣집 등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신림역 인근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박모(52)씨는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과점에서 사용하는 재료는 거의 다 수입인데 가격이 너무 올라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밀가루와 호두, 아몬드, 호밀 등 곡물과 견과류 가격이 많이 올랐다. 코로나19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곡물 가격이 치솟으니 요즘 빵집 사장들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다"라고 전했다.
칼국숫집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구로구 고척동에서 칼국숫집을 운영하는 하모(73)씨도 "한 포대(20kg)에 1만9천원에 하던 밀가루 가격이 2만2천원으로 오르더니 어제는 2만3천원에 샀다"며 밀가루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을 드러냈다.
하씨는 "밀가루만 올라서 문제라기보단 호박도 너무 비싸고 전반적으로 다 비싸서 문제다"라며 "들기름은 작년 봄에 5천원이었는데 1만5천원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해외곡물시장정보에 따르면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지난 25일 기준 밀 선물의 가격은 t(톤)ekd 405.00달러로, 지난해 말(283.20달러)보다 43.0% 올랐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여파로 지난 7일에는 475.46달러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지난해 말보다 67.9%나 높은 것이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이고 우크라이나도 '유럽의 빵 바구니'라 불릴 정도로 밀을 다량 수출한다. 이 두 국가는 세계 밀 수출량의 약 29%를 차지하고 있다.
양국의 밀 수출 제한에 따른 밀 가격 상승 여파가 국내 식품 기업뿐만 아니라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까지 그대로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식품 대기업은 가격이 급격히 오르기 전 일찌감치 밀을 대량 구매해 당장은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편이다.
SPC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산 밀을 직접 수입하지 않기 때문에 당장의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수입하는 미국, 캐나다, 호주산 밀 가격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기업과 달리 일찍 밀을 구입해 보관할 수 없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 입장에서는 가격 상승의 충격을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
빵·칼국수·만두 가게 등 그동안 고통을 감내해온 소상공인·자영업자들도 이제는 가격 인상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분위기다.
한 프랜차이즈 빵집 매니저 김모(48)씨는 "본사에서 생지(빵 반죽)를 떼오는데 밀가루 가격이 오른 탓인지 애초에 공장에서 발주하는 생지의 가격도 올랐다"며 "(가격 인상 때문에) 체감상 매출이 20~30%가량 준 것 같다"고 호소했다.
한국소비자원의 참가격 정보를 보면 서울의 칼국수 가격은 지난해 12월 7천615원에서 올해 2월 7천962원으로 4.6% 올랐다. 지난해 동월(7천308원)과 비교하면 8.9% 높은 수준이다.
또 서울의 2월 자장면 가격은 5천692원으로 지난해 동월(5천346원)보다 6.5% 상승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