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낙태약'으로 국내에 알려진 미허가 유산유도제 '미프진(성분명 Mifepristone)'이 온라인으로 쉽게 거래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미프진은 자궁 내막의 황체 호르몬을 차단해 태아가 자궁에서 떨어져 나가도록 유도하는 약으로, 국내 유통 자체가 불법이다. 하지만 최근 해외에서 몰래 약을 들여와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이 약을 구입한 오씨는 대형 포털의 쇼핑몰처럼 꾸며진 사이트에서 의심 없이 35만원을 결제했다. 뒤늦게 해당 약이 불법임을 알고 3시간 만에 환불을 요청했지만 업체는 "이미 배송이 시작됐다'며 오씨의 요청을 거절했다.
결국 그는 상품이 도착하기 전 경찰에 이 사실을 알리고 며칠 후 약을 받았다. 약은 제대로 된 포장 없이 에어캡으로 둘러싸여 비닐 팩에 담겨 있었다.
그는 "홈페이지에는 약이 미허가라는 안내도 없고 구매 후기도 많아 구매 자체가 불법이라는 점을 인지할 수 없었다"며 "낙태 관련 검색을 조금만 해도 미프진을 판매하는 온라인 약국이나 카카오톡 채널을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구글에 몇 가지 단어를 검색하면 A사이트를 포함한 여러 판매처 주소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낙태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이미 해당 사이트들은 미프진 판매처로 잘 알려져 있었다.
이 사이트에서 미프진을 여러 번 구입했다는 한 사람은 후기에서 "보통 5~6일 만에 제품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배송이 오래 걸리는 것 같다"고 썼다. 또 다른 구매자는 며칠간의 복용 효과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구매를 적극 추천한다"는 후기를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1월 1일부터 낙태죄는 형법상 효력을 상실한 상태지만 모자보건법 제14조에 낙태 허용 가능 조건이 명시돼있다.
그러나 해당 조건에 부합하지 않거나 수술이 부담스러운 경우 미프진 등 약물을 통한 유산에 관심을 가지기 쉽다.
무엇보다 온라인을 통해 불법으로 구입한 미프진은 정품 여부도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의사 진료 없이 복용할 경우 건강을 해칠 위험성도 높다.
나성훈 강원대 산부인과 교수는 "약물 유산은 만약 '자궁 외 임신'인 경우 혈관이 터질 수 있어 반드시 정밀 진단을 먼저 받아야 한다"면서 "온라인으로 사는 미프진은 가짜 약도 많아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나 교수는 "미프진을 승인한 미국에서도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복용이 가능하다"면서 "국내에 약을 승인하는 문제도 임상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교수는 "당장 산모에 끼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불법 유통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