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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머리숱 많은 아이

입력 2022-06-08 17:40:27 수정 2022-06-08 17:4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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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어떤 존재가 우리와 조금 다르거나 낯설다는 이유로 무리에서 배제하거나 회피하고,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으라고 강요하곤 한다. 이런 사회적 시선이 두려워 혹은 혼자 외롭지 않기 위해,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많다. 이상한 것은 누구인가? 무엇이 두려워 조금이라도 다른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가? 진실하려면 용감해야 한다. 진실된 모습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는 용감한 아이 잔디를 통해 우리가 진짜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 실체를 생각해 본다..


“진실하려면 용감해야 해요!”
진실된 모습 드러내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그림책


주인공 잔디는 태어날 때부터 머리숱이 너무너무 많았다. 엄마는 친구들한테 머리숱 많다고 놀림을 받을까 봐 잔디의 머리를 자주자주 잘라 준다. 강한 힘을 가진, 혹은 상대적으로 다수인 사람들이 소수자를 친구로 여기지 않는다는 인식이 내면화된 엄마가 사랑하는 잔디를 위해 취한 본능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행동은 잔디가 세상에 태어나 마주한 최초의 편견이다.

하지만 잔디는 자신의 특별한 머리가 좋았다. 풍성한 머리가 바람에 샤랄라 흩날리는 느낌이 좋았고, 자신의 특별한 머리에 찾아와 주는 새가 있어 즐거웠다. 그러던 어느 날 소소라는 친구가 잔디에게 다가와 말을 건넨다.


“너 이상해.”
“나? 아니야, 안 이상해. 원래 살아 있는 것들은 다 이상해.”


어린 잔디는 자기 확신을 갖고 현명하게 대답한다. 그리고 자신의 말에 대한 타당성을 증명하듯 너무 경이로워서 이상할 정도인 자연의 면면들을 소소에게 하나하나 소개한다. ‘나이는 규범과 일치한다’는 편견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우리 사회는 나이에 대한 서열 또는 규범주의가 강하다. 하지만 나이는 절대 규범과 일치하지 않는다. 나이는 규범을 뛰어넘는다. 어리지만 현명하기도 하고, 늙었지만 생명력이 넘치기도 하며, 성인인데 조급하기도 하고, 어린데 느긋하기도 하다. ‘에이지(Age) 규범에 맞서기’를 서사에 자연스럽게 녹여 주제를 더 다채롭고 깊이 있게 다룬 작가의 통찰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잔디의 이야기를 듣고 소소는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그날부터 잔디 곁을 맴돌기 시작한 소소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잔디가 이상한 아이가 아니고 새로운 놀이를 많이 알고 있는 재미있는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둘은 조금씩 친해지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친구들도 잔디와 관계를 맺게 된다. 혼자 고립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던 잔디에게 친구가 생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바뀐 것은 잔디로 인해 변한 다른 모든 아이들이고 잔디는 원래 그대로이다. 진실된 모습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는 용감한 잔디 덕분에 혼자 있기 싫어 있는 그대로의 이상한 모습을 숨기던 다른 모든 아이들이 용감하게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이렇듯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면 용감해야 한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에 대한 큰 공포, 주변에 나와 비슷한 사람이 없어 나만 고립되는 것에 대한 극심한 고통 때문에 자신의 진실된 모습 드러내기를 주저하고 있다면 『머리숱 많은 아이』 이야기를 읽고 용기를 얻게 되길 바라 본다.



누구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이덕화 작가의 목소리


“원래 살아 있는 것들은 다 이상해!”


머리숱 많은 잔디의 이야기는 우리가 가진 편견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나는 지금껏 편견 없이 살고 있는 줄 알았지만 아닐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 보게 만든다.
우리 사회는 타인에게, 혹은 자신에게조차도 특별함, 즉 개성을 인정하려 하지 않을 때가 많다. 되레 평범함을 지향하기도 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모두가 고유한 특성, 즉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타인 혹은 나 자신의 특별함에 대해서 어떻다고 규정하고 명명하는 순간 견고한 편견이 생겨 버린다는 것이다. 어떤 아이를 문제아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바로 그 아이를 문제아로 규정하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에 대해 사회가 이상하다고 규정하지 않으면, 획일적인 교육 시스템 속에서 배척하지 않으면 이런 특별함이 어떤 재능으로 발전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사람은 그 존재만으로 특별하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 작가는 “원래 살아 있는 것들은 다 이상해!”라는 한 문장에 누구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담았다. 변화는 사람들이 간절히 바랄 때 일어난다고들 한다. 이제 독자들이 그 간절함을 더할 차례다



저자 소개

글 그림 이덕화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했습니다. 그림책 『뽀루뚜아』의 그림으로 2010년 볼로냐국제어린이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으며, 단편 애니메이션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의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뽀루뚜아』, 『100개의 달과 아기 공룡』, 『궁디팡팡』, 『봄은 고양이』가 있고, 그린 책으로 『맨발로 축구를 한 날』, 『욕 좀 하는 이유나』 등이 있습니다. 현재 고양이 달고, 강아지 송이와 함께 살며 그림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진경 키즈맘 기자 ljk-8090@kizmom.com
입력 2022-06-08 17:40:27 수정 2022-06-08 17:4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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