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생산비가 증가함에 따라 기업들이 표면적인 가격 인상 대신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을 선택하고 있다고 AP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슈링크플레이션이란 규모나 양을 줄인다는 뜻의 영단어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되 용량을 줄임으로써 기업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상승과 다름 없다.
그 예로 미국의 화장지 제조업체 크리넥스는 한 달 전까지 작은 상자 하나에 65장의 티슈를 담았지만 이제 60장으로 줄였다.
미국인이 즐겨 찾는 '초바니 플립스' 요거트도 한 개 용량이 157mL에서 133mL로 줄었고, 영국에서 네슬레의 '아제라 아메리카노' 커피 한 캔은 100mL에서 90mL로 축소됐다.
인도의 '빔' 식기세척용 비누 한 덩이는 155g에서 135g으로 작아졌다. 인도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은 '다운 스위칭'(down-switching)이라 불리는데 가격에 더 민감한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 시골 지역에서 주로 행해진다.
일본의 스낵 제조업체인 가루비는 지난달 원재료 가격의 급상승을 이유로 상당수 제품의 용량을 10% 줄이고 가격은 10% 올린다고 발표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전 세계 소비자 물가는 지난달 7% 상승한 것으로 추정되며 9월까지 계속될 이어질 전망된다.
소비자 옹호 활동가인 에드거 드워스키는 고객이 가격을 인상하면 이를 알아차리지만 용량 줄이기까지 추적하진 않기 때문에 슈링크플레이션이 기업에 매력적인 정책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가격을 한 번 인상하거나 용량을 줄이면 인플레이션이 완화하더라도 원상회복이 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드워스키는 제품 크기가 줄어들면 종종 그 상태로 유지된다며 "용량을 늘리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슈링크플레이션이 단순히 기업의 이익을 유지하는 수준이 아니라 큰 폭의 이익 창출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미국 펩시코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1% 증가했는데 올해 1분기에는 128% 늘었다고 AP는 전했다.
애리조나주립대의 히텐드라 차투르베디 교수는 "그들이 폭리를 취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냄새를 풍긴다"며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공급의 제한을 무기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