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산하 기능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인 한국폴리텍대 지역대학장이 여직원에게 '러브샷'을 강요하는 등 성희롱 행위로 해임 처분되자 민사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인천지법 민사11부(정창근 부장판사)는 전 한국폴리텍대학 모 캠퍼스 지역대학장 A씨가 학교 법인을 상대로 낸 해고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지역대학장으로 재직하던 2019년 당시 저녁 회식을 마치고 식당 주차장에서 여직원 B씨의 어깨를 팔로 안았다. 그는 2개월 뒤 회식 후 B씨의 등을 쓸어올리며 어깨를 감싸 안았는데, B씨가 피하려 하자 팔로 재차 신체 접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또 노래방에서 다른 여직원 C씨의 속옷 라인 부위에 손을 댔고, C씨가 술을 마시지 않고 시늉만 하자 다른 동석자와 러브샷을 하라고 강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B씨와 C씨는 학교 측 감사가 시작되자 "불쾌했고 수치스러운 감정이 밀려왔다"며 호소했다.
학교 측은 품위유지 의무와 성희롱 금지 규정을 위배했다며 같은 해 10월 A씨를 해임했다. A씨가 지역대학장으로 임용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A씨는 한 달 뒤 징계 취소를 요구하는 재심을 청구했지만 학교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해임 이후 받지 못한 임금과 위자료를 명목으로 2억5천만원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러브샷을 하게 한 사실은 있지만, 성희롱으로 왜곡됐다"며 "징계 사유 중 일부 행위는 실제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피해자들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성도 있는 데다 폐쇄회로(CC)TV 등 증거와도 부합한다"면서 A씨의 해임 처분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 행위는 피해자들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학교법인 인사 규정상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피해자들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한 피해자는 병원 진료를 받았을 뿐 아니라 일까지 그만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는 해당 캠퍼스의 최고 책임자인 지역대학장으로서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부하직원을 성희롱했다"며 ""A씨가 받은 해임 처분이 사회 통념상 재량권을 남용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폴리텍대학은 단기간에 집중적인 기술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는 국책기술대학으로 전국에서 35개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
입력 2022-06-23 09:36:44
수정 2022-06-23 09:3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