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학교폭력 가해 학생이라 해도 거주지에서 지나치게 먼 학교로 강제 전학시킨 조처는 인권 침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인권위는 진정이 제기된 부산시의 한 교육지원청 교육장에게 전출된 학생의 학교를 재배정하고, 피해 학생 보호 및 가해 학생 선도·교육이라는 목적에 맞게 관련 지침을 개정하도록 권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지난해 9월 이 진정을 낸 학부모는 중학생인 자녀가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이유로 집에서 25km 떨어진 왕복 3시간이 걸리는 학교에 배정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지역을 담당하는 교육지원청 교육장은 "가해 학생은 생활권 반경이 매우 넓고, 강제 전학 조치가 이뤄지기 전부터 이미 경찰서에서 관리 중이었다"며 "피해 학생과 생활권이 겹치지 않도록 가해 학생을 원거리에 있는 학교로 배정한 것은 피해 학생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및 가해 학생 선도와 재적응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교육지원청 지침에 따르면 전출시킬 학생을 현재 다니는 학교에서 직선거리 2.5km 이상인 학교에 분산 배치해야 한다. 하지만 직선거리 8.4km에 있는 다른 중학교는 같은 해 이미 강제전학 학생을 받은 바 있어 분산 배정 원칙에 따라 제외했다고 말했다.
진정인의 자녀는 지난해 다른 학생을 폭행하고 돈을 빼앗는 등 가해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돼 강제 전학 조처가 내려졌다. 피해 학생은 이사를 간 뒤에도 학교생활에 대한 공포로 지금까지 학교에 다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는 "피해 학생이 폭력으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고,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며 현재까지 학교를 나가지 못하는 상태이므로, 가해 학생을 강제 전학시켜 피해 학생과 분리할 필요성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해당 교육지원청의 지침은 전학 대상 학생을 직선거리 2.5㎞ 이상인 학교에 분산 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최대 한도 거리가 없다"며 "등하교에만 매일 왕복 3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성장기에 있는 학생의 건강권과 학습권이 침해받을 우려를 고려하면 적절한 학교 배정이 이루어졌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행정적 문제와 선도 목적 등을 고려했다 해도, 전학 결정 시 아동 최선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며 "과도한 등하교 시간으로 인해 학생의 행동자유권, 건강권과 학습권을 제약할 수 있는 원거리 학교로의 배정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