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결정할 때 대체로 남성은 본인의 경제 여건을, 여성은 배우자의 경제력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전문지 '보건복지포럼'에 실린 '성 역할 가치관과 결혼 및 자녀에 대한 태도' 연구보고서는 '2021년도 가족과 출산 조사' 자료를 활용해 남녀의 결혼에 대한 태도를 살펴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이 연구는 19∼49세 남녀(남성 7천117명, 여성 7천32명)를 대상으로 결혼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9개 항목을 제시하고 각 항목에 대해 '매우 중요하다', '중요하다'고 응답한 경우를 합산한 응답 비율로(매우 중요하다'+'중요하다' 응답률) 각 항목의 중요도를 조사했다.
분석 결과 남녀 모두 '부부간의 사랑과 신뢰'(남성 92.4%, 여성 94.9%)가 가족을 새로 형성할 때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라는 점에서는 일치했다.
하지만 이후 응답 항목 순서와 응답 비율에서는 성별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남성의 경우 '부부간의 사랑과 신뢰'(92.4%) 다음으로 '본인의 경제적 여건'(84.1%), '본인의 일과 직장'(83.6%), '안정된 주거 마련'(82.3%), '각자의 집안과의 원만한 관계'(76.9%), '자녀계획 일치 여부'(65.6%), '공평한 가사 분담 등 평등한 관계에 대한 기대'(61.9%), '배우자의 일과 직장'(52.4%), '배우자의 경제적 여건'(51.7%) 등의 순으로 가정을 꾸리기로 정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여성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부부간의 사랑과 신뢰'(94.9%)를 첫손으로 꼽았지만, 이후에는 '안정된 주거 마련'(86.5%), '배우자의 일과 직장'(86.1%), '배우자의 경제적 여건'(86.1%), '각자의 집안과의 원만한 관계'(85.7%), '공평한 가사 분담 등 평등한 관계에 대한 기대'(81.2%), '본인의 일과 직장'(79.8%), '본인의 경제적 여건'(78.2%), '자녀계획 일치 여부'(76.5%) 등의 순이었다.
남성은 주로 본인의 경제력을 결혼에서 중요한 조건으로 마음에 두지만, 여성은 본인보다는 배우자의 경제적 여건을 결혼 결정의 중요한 사항으로 고려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 아직은 남성이 가계 경제를 책임지고 양육은 주로 여성이 부담한다는 전통적 의식이 남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결혼 자체를 바라보는 남녀 간의 인식에도 차이를 보였다.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보면, 남성은 53.3%('반드시 해야 한다' 12.1%, '하는 편이 좋다' 44.2%)였지만, 여성은 35.5%('반드시 해야 한다' 4.7%, '하는 편이 좋다' 30.8%)로 조사됐다.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는 남성은 41.3%( '결혼은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 37.5%, '하지 않는 게 낫다' 3.8%)였지만, 여성의 경우 62.8%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 55.5%, '하지 않는 게 낫다' 7.3%)에 달해 남성보다 상당히 높았다.
본인 자녀의 필요성에 대한 태도에서도 남성 71.2%, 여성 64.3%가 자녀가 있는 게 나을 것이라고 응답해 성별 차이를 나타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남성의 경우 '꼭 있어야 한다' 32.9%,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38.3%, '없어도 무관하다' 23.2%, '모르겠다' 5.6%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에는 '꼭 있어야 한다' 28.1%,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36.2%, '없어도 무관하다' 31.6%, '모르겠다' 4.2%로 나왔다.
이진경 키즈맘 기자 ljk-8090@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