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법학대학을 나와 변호사로 일하던 이집트 출신 30대 남성 A씨는 "한국에서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도, 은행을 이용하기도 힘들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군사 쿠데타로 더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페인트 공장 등을 전전하며 생계를 꾸려가다 정치적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왔다.
3년 전 한국에 입국해 최근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그는 2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으면서 강제 퇴거나 불법체류자 전락 등에 대한 걱정은 다소 덜었다"면서도 "불안정한 체류 상황 탓에 우리 가족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만 8세 미만의 모든 아동에게 지급되는 월 10만원짜리 아동수당에서도 이들은 제외된다.
A씨는 현재 인천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그는 "정규직으로 일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은행 계좌 개설이나 육아수당 신청 등 일상 곳곳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전했다.
게다가 얼마 전에 막내 아이가 태어나면서 자녀 3명과 아내를 책임지는 가장이 됐지만, 경제적인 안정을 일구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기타 비자'에 해당하는 이들은 1년에 한 번씩 체류 연장 심사를 받아야 한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 힘들고, 육체노동이나 일용직만 가능하다. 의료보험 가입도 쉽지 않다.
2018년 제주 예멘 난민과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올해 우크라이나 고려인 동포 피란민 등 국제법상 난민 정의에 부합되는 이들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이제 이들의 우리 사회 정착 방안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일 난민인권 변호사는 "난민들이 고국에서 쌓은 경력이나 학력을 한국에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게 문제"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열악한 일자리나 적성에 맞지 않는 분야에 종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능력을 검증할 최소한의 절차를 마련해 난민이 우리 산업의 적재적소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직업 연계 제도 과정이라는 선례도 있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김태환 한국이민정책학회 명예회장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탈북민과 달리, 난민은 소통이 힘들고 상대적으로 지원도 받지 못하는 탓에 이중고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이에 2023년 시작될 '제4차 외국인 정책 기본계획'에 난민 정착 방안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민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난민 정착지원 개선을 위한 난민-북한 이탈 주민 정착 지원정책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제1차 외국인 정책 기본계획에는 난민지원시설 설립, 2차에는 생계비 지원과 사회·교육 보장 등이 포함됐다.
3차에는 내국인의 난민에 대한 인식 개선을 비롯해 한국어·취업 교육을 통한 난민 정착지원 강화 등이 명시됐다. 하지만 실질적인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장주영 연구위원은 "난민협약에 가입한 한국은 난민 보호 의무가 있다"며 "이들에 대한 정착 지원이 미비하다면 실질적으로 '보호'에 나섰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젠 부처 간 협력을 거쳐 '난민 정착을 위한 지원 제도 수립'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일 변호사도 "일정 기간 큰 사고 없이 한국에 사는 인도적 체류자에게 난민 인정자 수준으로 체류 조건을 변경해주는 내용을 '제4차 계획'에 담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