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호주의 가스 수출 제한 움직임 등 천연가스를 둘러싼 악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올겨울 가스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각국이 에너지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면서 가스 가격은 연일 고공행진하고 있다. 가스 수입 부담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국내 도시가스 요금도 인상될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는 필요한 물량을 조기 확보함으로써 겨울철 에너지 대란을 방지한다는 방침이지만 사태 악화 시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위해 마주 가스 재고를 점검하는 등 수급 관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3일 투자정보업체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동북아 지역의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지표인 일본·한국 가격지표(JKM) 선물 가격은 지난달 말 100만BTU(열량단위)당 53.950달러로 1년 전(18.220달러)에 비해 196.1% 상승했다.
이 수치는 지난해 8월 말까지만 해도 18달러 수준이었으나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같은 해 12월 말 30달러 초반으로 상승한 데 이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올해 3월 7일에는 51.765달러까지 올랐다.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20달러까지 떨어졌다가 6월 말 다시 상승세가 시작돼 지난달 25일에는 69.955달러까지 치솟았고 이달 들어서는 5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가 유럽에 의해 제재당하자 이에 맞서 유럽 국가들에 대한 가스 공급을 대폭 감축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유럽 각국은 수입선을 다변화하며 겨울철 가스 확보 경쟁에 나섰고, 이것이 아시아 시장의 가스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의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은 지난달 31일부터 나흘 간 유럽행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 정비를 진행했는데, 당초 이달 3일 가스 공급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되려 가스프롬은 가스 공급은 아예 막아버렸다.
더욱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7일 미국 주도의 자국산 원유 가격상한제에 동참하는 국가에 대해 "가스도, 원유도, 석탄도, 휘발유도 아무것도 없다"고 공개적인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 가운데 올해 한국의 최대 LNG 수입국으로 떠오른 호주가 가스 수출 제한을 검토하면서 한국 정부와 기업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호주는 내년도 가스 공급량이 부족해질 것으로 보고 선제적으로 LNG 수출 제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제로 수출이 제한될 경우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국가 간의 LNG 물량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호주 불공정거래 규제당국인 호주경쟁소비자위원회(ACCC)는 자국 동부 해안지역의 내년도 가스 공급량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내수 물량 확보와 LNG 수출 제한 조치를 정부에 공식 요청한 상태다.
산업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3월부터 조기에 동절기 대비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물량 조기 확보에 나선 만큼 올 겨울철 가스 대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수급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산업부는 현물구매·해외지분투자 물량 도입 등을 통해 필요물량을 조기에 확보하고, LNG 대신 액화석유가스(LPG)를 일부 공급해 LNG 소비량을 줄일 계획이다.
아울러 필요시 민간 LNG 직수입사에 대한 수출입 규모·시기 등의 조정명령을 통해 수급 안정화 조처를 취할 계획이다. 정부가 실제로 조정명령을 내리면 이는 2008년 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 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그동안 많은 물량을 확보해 왔고 앞으로 더 매수할 것이기 때문에 겨울철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러시아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최악의 상황에 계속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