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한 어린 아이가 군으로 가는 아버지를 향해 작별 인사를 건네며 흐느끼는 소리가 포착된 동영상이 텔레그램을 통해 확산하며 세계인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을 대상으로 부분적 동원령을 발령하자마자 곳곳에서 동원소집 대상자들이 가족들과 기약 없는 생이별을 하고 있는 것이다.
22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소셜미디어에는 가족을 전장으로 떠내보내는 러시아인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SNS 등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
트위터에 게시된 한 영상에는 동부 시베리아 도시 네륜그리의 입영센터로 보이는 한 종합운동장 건물에서 동원소집 대상 남성들이 가족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담겼다.
남성들은 가족들을 끌어 안고 한참 동안 놓지 못하다가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끌려갔다.
대다수는 울음이 터진 듯한 모습이었고, 일부는 입을 가린 채 슬픔을 감췄다.
리페츠크에서 촬영됐다고 알려진 한 영상에는 한 줄로 늘어선 동원 대상 청년들을 향해 성직자가 차례대로 성수를 뿌려주는 모습이 나와있다.
곧 군인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소리를 지르자 청년들은 일제히 오른쪽으로 돌아서 걷기 시작햇고, 이 때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부모들이 자기 자녀를 찾아 달려가 포옹하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수도 모스크바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찍혔다. 현지 입영센터에서 촬영된 동영상에는 한 여성이 가족으로 보이는 남성의 안전을 간절히 기원하면서 성호를 그어주는 모습이 담겼다.
이름을 드미트리라고 밝힌 한 동원소집 대상자는 입영센터에서 아버지의 배웅을 받았다. 아버지는 전장으로 가는 아들에게 "조심하거라"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우리 남편은 38살이라서 예비군도 아니었는데 느닷없이 소집됐다"고 한 여성이 항의하는 영상도 퍼지고 있다.
시베리아 부랴트 지역에 살던 이들은 느닷없이 "새벽 4시까지 소집장소로 모여 치타 지역으로 가는 기차에 탑승하라"는 전갈을 받았고, 이에 다섯 아이의 아버지인 남편을 전장으로 떠나보낼 처지에 놓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원 통보를 받은 바로 다음 날 또는 당일에 갑작스럽게 소집에 응해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으로 확인된다.
학생 신분이라는 드미트리는 현지 언론 오스토로즈노노보스티에 "아침에만 해도 아무런 얘기가 없었는데 갑자기 동원소집 통지를 받았다. 오후 3시까지 여기(입영센터)로 오라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한 시간 반 정도 기다렸는데 입영 장교가 나타나더니 당장 떠난다고 한다"며 당황스러운 마음을 토로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전한 한 동영상에서 대학생 빅토르 부크레프도 굳은 얼굴로 입영통지서를 꺼내 보이며 "어제 이것을 받았는데 22일까지 소집에 응하라고 쓰여 있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열세인 전황을 타개하기 위해 약 30만 명 규모의 부분 동원령을 최근 전격 발동했다.
이후 러시아에서는 동원소집을 회피하기 위한 '대탈출 러시'가 벌어졌으며, 곳곳에서 격한 반대 시위가 발생해 1천300명이 연행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인을 정면으로 겨냥한 동영상 연설을 내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평소 사용하던 우크라이나어가 아닌 러시아어를 사용했다. 그는 동원소집에 저항 없이 응한 러시아인들이 "죽음으로 내던져졌다"고 비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6개월 동안 러시아군 5만5천 명이 전사했다. 더 필요한가? 아니라고? 그렇다면 저항하라. 투쟁하라. 도망쳐라, 아니면 우크라이나군에 항복하라"고 말했다.
이어 "당신들은 이미 살인, 고문 등 그 모든 범죄의 공범이다. 그동안 침묵했기 때문"이라며 "이제 선택할 때다. 러시아 남성들은 지금 사느냐 죽느냐, 장애를 얻느냐 건강을 지키느냐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미 국방부는 러시아가 동원한 예비군에게 장비를 지급하고 훈련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예비군이 전장에 투입돼도 이번 전쟁 기간 러시아군의 고질병으로 꼽혀왔던 지휘 통제·군수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