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통과에 반대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종교 채널에 제재 처분이 내려진 것에 대해 법원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선교 목적을 지닌 기독교 전문 방송사에 대한 지나친 제재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대)는 CTS기독교TV가 방송통신 위원회를 상대로 낸 제재 조치 명령 취소 처분 소송에서 최근 CTS의 손을 들어줬다.
CTS는 2020년 7월 1일 '포괄적 차별금지법 통과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주제의 방송을 3차례 방영했다.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주로 목사나 친(親)기독교 변호사였으며, 이들은 해당 방송에서 "동성애는 쾌락에서 온 것" "아이들이 군대에서 얼마든 성폭행을 당할 수 있는데, 가해자가 '나 동성애자다' 하면 처벌 못 한다" "동성애는 전 세계 48만 명의 유전자를 검사해서 선천적 유전자가 없는 게 밝혀졌다. 탈동성애 해야 한다" "동성애는 비윤리적"이라는 등 발언을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에 대해 "사회적 쟁점 또는 이해관계가 첨예한 차별금지법 및 동성애를 다루면서도 출연자를 편향적으로 구성해 법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지 않았고, 법안에 대해 사실과 다른 일부 출연자의 주장을 확인된 사실인 것처럼 방송했다"며 CTS에 '주의' 처분을 의결했다.
하지만 CTS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걸었다.
재판부는 지난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를 들며 "구체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 기준을 적용해 객관성·공정성·균형성 등을 심사한다면 다양성을 보장하고자 하는 방송의 역할을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방송을 심의할 땐 매체·채널·프로그램별 특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프로그램은 종합 유선 방송 채널을 통해 방영돼 지상파 방송과 동일한 보편성을 갖췄다 보긴 어렵다"면서 "기독교 교리 교육 및 선교를 목적으로 하고 교계로부터 받는 기부금을 주된 재원으로 삼아 운영되고, 공공기관으로부터 받는 보조금 비중이 현저히 낮아 지상파 방송 수준의 높은 공익성을 요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출연자들이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기 위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언급한 자료·수치가 객관성과 공정성을 위반했다는 취지로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출연자들의 발언은 주관적 의견에 해당할 뿐"이라며 "온라인 매체 발달로 대중들도 동성애 관련 연구결과 등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시청자들이 출처 불명의 정보를 사실이라 혼동할 염려는 크지 않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프로그램의 주제는 성소수자의 사회적 대우보다는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의 정당성"이라면서 "종교전문 채널에서 동성애를 불허하는 특정 종교의 기본 입장을 바탕으로 차별금지법의 문제점에 관한 주장을 전개한 것으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성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같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