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유일한 대학 바둑학과가 폐지될 위기에 놓이자 한국 바둑계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기원은 12일 소속 프로기사 408명과 임직원 명의로 성명을 내고 명지대학교 바둑하고가 폐지 방침을 재고해 줄 것을 호소했다.
기원은 "4천 년이 넘는 전통을 이어온 바둑은 일상생활에서부터 국가 간 교류에 이르기까지 현대인의 삶에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라며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의 보급으로 바둑의 불모지였던 중동 여러 나라에서도 관심을 표명할 정도로 바둑의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런 중요한 시점에서 바둑학과가 폐지된다면 국내 바둑계의 손실은 물론이고, 바둑학을 선도해 온 명지대학교에도 작지 않은 타격이 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명지대는 1998년 세계 최초로 예체능대학에 정원 20명의 바둑학과를 개설했다. 이후 1999년에는 정원을 30명으로 확대했다.
이후 바둑학과를 통해 다양한 분야로 바둑 인재들을 배출했다.
현재 기사회장인 한종진 9단을 비롯해 양건 9단, 홍민표 9단, 송혜령 3단 등이 이 학과를 나와 프로기사로 활약하고 있고, 한국기원 사무국에는 거의 모든 부서에 바둑학과 출신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바둑대회를 유치·관리하는 부서인 기전팀은 물론 홍보팀, 경영기획팀, 교육사업팀 및 바둑TV 제작 등 업무 분야도 다양하다.
또 바둑학과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유학생도 배출했다.
그러나 명지대는 지난주 명지전문대와 통합추진 과정에서 최근 바둑 인구가 줄어들며 젊은 층의 참여 비중이 10% 미만이라는 이유 등으로 바둑학과 폐지를 내부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지대의 폐과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국프로기사협회를 비롯해 대한바둑협회, 한국여성바둑연맹 등은 물론 해외에서도 우려 의견을 명지대 측에 전달했다.
하지만 명지대 측이 폐과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명지대 관계자는 "지난 금요일 명지대-명지전문대 통합추진위원회 5차 회의에서 바둑학과가 폐과 대상으로 분류됐다"라며 "교육부의 최종 승인이 나면 통합안이 (절차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폐과) 목표는 24년이나 25년인데 24년은 쉽지 않고 25년이 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