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Life & Culture

10대 침팬지, 또래 사람보다 '이것' 강하다

입력 2023-01-31 14:50:54 수정 2023-01-31 14:59:00
  • 프린트
  • 글자 확대
  • 글자 축소


침팬지는 진화적으로 인간과 가장 유사하다. 최근 10대가 된 침팬지가 사춘기 청소년이 된 인간과 같이 충동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보이긴 하지만, 인내심은 오히려 10대 청소년보다 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등장했다.

미국 CNN 방송은 30일 미시간대 알렉산드라 로사티 교수팀이 콩고공화국 보호구역에서 태어난 야생 침팬지 40마리를 대상으로 충동성과 위험 감수 경향, 인내심 등을 측정하는 실험을 한 결과 이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연구를 진행한 로사티 교수는 "청소년들은 사춘기에 몸과 뇌가 빠르게 변하고, 어른보다 충동적이고 위험을 추구하는 반면 감정 조절 능력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침팬지도 성장하면서 인간과 비슷한 도전에 직면한다"고 말했다.

수명이 50년 정도인 침팬지는 8~15살에 사춘기를 겪는데, 이 기간 동안 인간과 마찬가지로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겪고 새로운 사회적 유대를 형성한다. 또 공격성이 높아지고 사회적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 등을 경험한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는 오스틴 텍사스대 에런 샌델 교수는 "10대 침팬지 연구는 성체나 유아기 연구 보다 간과돼 왔다"며 과학자들이 인간의 경우 10대 때 경험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10대 침팬지 연구를 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연구에서 10대 침팬지와 어른 침팬지들을 대상으로 음식 보상을 기반으로 두 가지 테스트를 했다.

첫번째 테스트는 위험 감수 경향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상자 하나에 땅콩을 넣고 다른 상자에는 오이나 바나나를 넣어 둔 다음 둘 중 하나를 고르게 했다. 침팬지는 대체로 땅콩보다 바나나를 훨씬 선호하며 오이는 싫어한다.

그 결과 사춘기 침팬지들은 어른 침팬지보다 땅콩이 든 상자보다 바나나와 오이 중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상자를 선택하는 경향이 훨씬 컸다. 이를 통해 10대 침팬지의 위험 감수 경향이 어른 침팬지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번째 테스트는 인내심을 확인하는 것으로, '마시멜로 테스트'로 잘 알려진 어린이 실험과 비슷하다. 침팬지들에게 당장 바나나 한 조각을 먹을 수 있는 것과 1분을 기다리면 바나나 3조각을 먹을 수 있는 것 중 하나를 택하도록 했다.

그 결과 어른 침팬지와 사춘기 침팬지는 모두 바나나 3조각을 받기 위해 비슷한 비율로 1분간 기다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사춘기 침팬지들은 기다리는 동안 어른 침팬지보다 불안·분노 행동을 훨씬 많이 보였다.

연구팀은 사람에게 비슷한 실험을 진행하면 10대 청소년들이 큰 보상을 위해 기다리다가 당장 작은 보상을 선택하는 경향이 자주 나타난다며, 이 실험 결과는 10대 침팬지의 인내심이 10대 청소년보다 강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로사티 교수는 "이전 연구에서 침팬지의 인내심이 다른 동물들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결과가 많았다"며 "이 연구 결과는 만족을 지연시키는 침팬지의 능력이 인간과 달리 10대에 이미 성숙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따.

하지만 샌델 교수는 "영장류가 인류의 가장 가까운 친척이긴 하지만 우리는 엄연히 다른 종"이라며 "인간과 다른 동물의 행동을 비교할 때는 주의를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심리학회(APA) 학술지 '실험심리학 저널 : 일반 최신호에 실렸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
입력 2023-01-31 14:50:54 수정 2023-01-31 14:59:00

#침팬지 , #사춘기 , #10대 , #인내심 , #심리학회

  • 페이스북
  • 엑스
  • 카카오스토리
  • URL
© 키즈맘,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