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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상이 음란물?"...학부모 항의에 쫓겨난 교장

입력 2023-03-27 11:41:57 수정 2023-03-27 11: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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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작품인 '다비드상'을 학생들에게 보여준 미국 초등학교 교장이 학부모 항의로 쫓겨났다.

25일(현지시각) BBC 등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에 있는 자율형 공립초등학교 ‘탤러해시 클래시컬 스쿨’ 호프 카라스키야 교장은 미술시간에 다비드상 사진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면서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은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다비드상 외에도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등 주요 작품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수업 이후에 발생했다. 일부 학부모들이 다비드상 사진을 교재로 활용한 사실을 알게 되자 “포르노”라고 반발한 것이다. 문제 제기한 학부모들은 전신 나체를 표현한 다비드상이 12~13살 학생들이 보기에는 너무 선정적이라고 주장했다.

카라스키야 교장은 다비드상 등의 고전예술 작품을 활용할 경우 학부모에게 사전에 알려주도록 돼 있지만 이메일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학교 이사회는 카라스키야 교장에게 사임이나 해고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결의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사회 관계자는 “다비드상을 음란물로 간주할지는 다른 문제며 꼭 다룰 필요가 없는 자료 사진이었다”고 지적했다. 카라스키야 교장은 이후 해고됐다.

카라스키야 교장은 자신이 해고된 데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학교 이사진은 다비드 사진을 학생들에게 보여준 것이 캐러스킬라 교장을 물러나게 한 것에 영향을 미쳤지만 유일한 이유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미국에서 '나체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 사건은 '다비드 보유국' 이탈리아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다비드상의 성기 부분을 미국을 상징하는 '엉클 샘' 캐릭터로 가린 뒤 '망신(vergogna)'이라고 적은 만평을 26일자 신문 1면에 싣기도 했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르네상스 시기의 걸작이 나체로 표현됐어도 유럽에서는 일반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아니며, 이 때문에 이러한 미국의 문화 전쟁을 두고 이탈리아인들이 어처구니없어 한다고 전했다.

다비드를 소장한 미술관과 미술관이 있는 피렌체시까지 나섰다.

다리오 나르델라 피렌체 시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캐러스킬라 교장에게 도시를 방문해 달라는 초대장을 보냈다면서 예술과 포르노를 혼동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진경 키즈맘 기자 ljk-8090@kizmom.com
입력 2023-03-27 11:41:57 수정 2023-03-27 11: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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