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선언'과 '뜨거운 피' 등 한국영화 관객수가 조작됐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13일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영화관 3곳과 롯데엔터테인먼트·쇼박스·키다리스튜디오 등 배급사 3곳을 압수수색해 입장권 발권 기록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입력 자료 등을 확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영화관과 배급사는 영화 관객수를 부풀려 집계하는 방식으로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를 받는다.
영진위는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통합전산망)을 운영하며 영화별 관객 수, 매출액 등 박스오피스를 관리한다. 멀티플렉스 등 영화사업자가 전산망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식으로 집계가 이뤄진다.
영화계에 따르면 경찰은 쇼박스가 배급한 '비상선언', 키다리스튜디오의 '뜨거운 피', '비와 당신의 이야기',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사극 등 4편의 관객수가 조작된 단서를 발견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중이다.
경찰은 최근 영진위의 통합전산망 관리 담당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박스오피스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등을 물었다. 영진위에 직접 방문해 통합전산망 시스템 운영 방식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동안 영화계에서는 배급사가 입장권을 발권하는 멀티플렉스와 짜고 관객수를 부풀린 게 아니나는 의혹이 계속 제기됐다. 영화계에서는 경찰 수사 소식이 알려지자 최소 10편 이상의 관객 수가 부풀려졌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당장 수사선상에 오른 영화 중에는 지난해 여름 성수기에 개봉한 '비상선언'이 있다. 이 영화는 새벽시간대 여러회차가 매진돼 관객들의 의심을 샀다.
메가박스는 정의당 류호정 의원실에 "내부 시스템 테스트를 위해 심야 영화 프로그램 선정작인 '비상선언'을 해당 배급사에 양해를 구하고 심야에 테스트를 진행했다"며 "테스트 도중 상영 시간표가 일반 관객에게 노출됐다"고 해명했다.
제작비 300억원이 들어간 '비상선언'의 관객수는 손익분기점 500만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205만명을 기록하는 등 흥행에 실패했다.
2021년 개봉작 '비와 당신의 이야기'도 관객 없는 '유령 상영'으로 박스오피스를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영화는 개봉 직후인 2021년 5월 CGV에서 여러 회차가 매진되고 개봉 5주차 박스오피스 순위가 24위에서 이틀 만에 4위로 뛰면서 논란이 일었다.
영진위는 이와 관련해 "배급사와 상영관 측에서 당시 계약한 프로모션 티켓 중 소진되지 않은 건에 대해 발권 방식으로 처리한 상황으로 파악했다"고 답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