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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풍족국가' 이 곳, 연료난 심각...왜?

입력 2023-06-23 17:44:47 수정 2023-06-23 18:4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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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남미의 베네수엘라가 고질적인 연료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농민들이 차량에 넣을 기름이 부족해 운솔하지 못한 농작물을 폐기했다가, 현행범으로 붙잡히는 일도 벌어졌다

베네수엘라 주요 시민사회단체인 '에스파시오 푸블리코'는 22일(현지시간) 공식 소셜미디어와 홈페이지에 논평 등을 올려 "휘발유 부족에 항의하는 농부 2명이 최근 잇따라 체포됐다가 풀려났다"며 '정부가 연료난 개선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억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와 베네수엘라 법무부 발표를 보면, 지난 19일 서부 메리다주 푸에블로야노에서는 농부 이스네트 안토니오 로드리게스 맘벨이 팔지 못한 당근을 내다 버렸다가 공정가격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당국에 "화물차에 넣을 기름이 부족해서 당근을 유통업자에게 보내지 못했다"며 "그냥 썩어나가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폐기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틑날에는 트루히요주 카라체에 사는 바라사르테 트롬페테로 호나르 역시 운송에 실패한 토마토를 강물에 대량으로 쏟아 넣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났다.

호나르가 토마토를 강에 쏟아 버리는 모습은 동영상으로 촬영돼 소셜미디어에 공유됐고,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높은 관심을 끌었다.

사회적 논란을 의식한 듯, 타레크 윌리엄 사브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두 사람의 얼굴 사진과 신원을 공개하며 "공정가격법을 위반한 자들은 재판에 넘겨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네수엘라 내에서는 이번 사테에 대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식량을 제멋대로 없애버리는 사람은 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과 '근본적인 사태 해결은커녕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사실 두 농부를 법정에 서게 한 주된 원인인 '연료난'은 베네수엘라의 오랜 문제다. 확인된 원유 매장량은 세계에서 가장 많지만, 역설적으로 자국민들은 고질적인 휘발유 부족으로 고통 받는다.

차에 연료를 채우기 위해 주유소 앞에 길게 늘어선 차량들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라고 시민단체는 꼬집었다.

연료난을 일으킨 가장 큰 원인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인 PDVSA(Petroleos de Venezuela, S.A)의 부실 경영과 국가 에너지 정책 실패 등으로 분석된다.

1976년 설립된 PDVSA는 한때 매출액 기준 세계 27대 업체(2009년)에 들 정도로 성장했지만, 대규모 비위 의혹으로 최근 사법 당국의 표적이 됐다.

정부의 미흡한 정책도 지적 받는다. 정제 설비 투자 등을 제때 하지 않으면서 한때 최대 일 300만 배럴에 달했던 석유 생산량이 급전직하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마두로 정권은 줄곧 미국 정부의 제재로 인해 자국 석유산업이 쇠퇴했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베네수엘라 시민단체는 3년 전인 2020년 격렬한 시위를 벌일 정도로 극심했던 연료난 사태를 다시금 떠올리며 "체포와 검열 패턴을 반복했던 당시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힐난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
입력 2023-06-23 17:44:47 수정 2023-06-23 18:45:38

#베네수엘라 , #연료 , #석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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