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시행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6월 모의평가 수학 영역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151점에 달해 '불수능'급 난도로 평가된다. 1등급 구분점수(커트라인·컷)와의 차이는 17점이나 벌어져 상위권 내 격차도 컸다.
전반적인 난도가 높은 데다 소위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까지 출제된 불수능이었지만 수험생들의 실력 변별에는 효과적인 시험인 셈이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줄 세우기식' 수능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5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교육당국은 '킬러문항을 배제하면서도 변별력을 확보하겠다'는 내용의 수능 출제 기조를 발표하면서 '수능 난이도·변별력'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바로 그 '변별력'이 수능이 줄 세우기 시험으로 변질돼 사교육을 유발한 주된 이유라고 지적한다.
수능은 도입 취지상으로만 보면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을 확인하는 일종의 자격시험이지만, 대입 전형 요소로서의 역할이 점점 커지며 수험생 간 수준 차이를 확실하게 드러낼 수 있는 시험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한 고등학교 국어 교사는 "그간 수능에서 킬러문항을 냈던 가장 큰 이유는 변별력"이라며 "지금과 같은 9등급제 상대평가 체제를 계속 가지고 간다면 어떤 식의 제언을 해도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에서는 킬러문항 배제 수준을 넘어 수능 체제 자체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은 이날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수능 절대평가 체제 개편에 대해 논의했다.
정미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부소장은 토론회에서 수능 9등급 절대평가화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수능은 학생들이 학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했는지에 대해 검증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부소장은 이어 "학교 교육은 대학 진학과 함께 학생들이 중등교육을 통해 안정적인 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이 고려돼야 한다"며 "이런 과정에서 상대평가를 통한 촘촘한 서열화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경우 사교육 풍선효과를 잠재울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이 학생을 가려내기 위한 대학별고사를 본격적으로 실시할 경우 논술·구술면접 등으로 사교육 수요가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발제문에서 "변별력을 위해 별도의 대학별고사를 치르는 것은 정책적으로 견제해야 한다"며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라 학생마다 교과학습 이력이 다양해지므로 대학은 이를 토대로 대학수학능력을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수능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교육당국이 조만간 발표할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에도 관심이 모인다.
교육부는 대입 4년 예고제에 따라 당초 상반기 중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 시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킬러문항 배제 등의 여파가 커지면서 약속한 발표 시한을 넘겼다.
교육부는 최근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 도입 등 변화된 상황에 맞춰 대입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대입 예측 가능성, 교육 현장의 안정적 운영 등을 고려해 현행 대입제도의 큰 틀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교육과정 변화를 반영할 계획"이라는 수준의 입장을 밝힌 상태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