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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출산율 반등을 위해 기존과 '다른 차원의' 정책을 논의 중인 가운데, 정작 정책 추진에 사용될 재원이 부족해 애를 먹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26일 국무회의에서 "저출산 문제는 우리가 상황을 더욱 엄중하게 인식하고, 원인과 대책에 대해 그동안과는 다른 차원의 고민을 해야 한다"며 "시간이 많지 않다. 모든 부처가 함께 비상한 각오로 저출산 문제에 임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나 교육세 일부를 저출산 정책에 사용하는 방안 등 다양한 재원 마련 방법을 찾고 있지만, '60조 세수 펑크'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저고위는 육아휴직을 늘리기 위해 현재 150만원인 육아휴직 급여의 월 상한액을 최저임금(내년 206만740원) 혹은 그 이상으로 끌어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육아휴직 기간 소득대체율(기존 소득 대비 육아휴직급여로 받는 금액의 비율)이 44.6%에 불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에 머물 정도로 낮아 부모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출생아 100명당 육아 휴직 사용자 비율은 한국이 여성 21.4명, 남성 1.3명으로, 관련 정보가 공개된 OECD 19개 국가 중 가장 적었다.
스웨덴은 16세가 넘어도 자녀가 고등학교 등에 재학 중이면 학업보조금 용도로 월 1천250크로네(약 15만3천원)의 '연장 아동수당'을 지급한다. 독일은 구직 중이면 21세까지, 대학에 다니거나 직업훈련을 받고 있으면 25세까지 월 250유로(35만7천원)를 준다.
반면 한국은 지급 기간이 지나치게 생애 초기에 몰려있어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저고위가 지난 22일 개최한 저출산 관련 재정 전문가 간담회에서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이 제시됐고, 이에 더해 육아휴직급여의 25%를 복직 후 6개월이 지나야 주는 사후지급 제도를 없애고 자영업자와 농어민 등에게도 육아휴직 급여를 주는 방안이 나왔다.
또 아동수당 지급 기한을 만 17세까지 연장하면서 급여액도 둘째나 셋째아 이상에 각각 15만원과 20만원을 지급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이를 추진할 재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저고위 간담회에서 나온 여러 방안을 현실에 적용하려면 무려 10조9천321억원에 달하는 재정이 필요하다.
특단의 대책에는 큰 예산이 들지만, 국민 여론은 세금을 더 내면서까지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만 19~49세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 8~25일 실시한 웹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5.1%가 "관련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으며, 80.6%는 "현재 정부 예산을 조정해 저출산 문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저출산 관련 재원을 기존 정부 예산에서 가져오는 방안이 주목받는다.
저고위 간담회에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내국세의 일부를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조정하고, 5조원 규모인 교육예산의 일부도 저출산 극복을 위해 사용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저출산으로 인해 아동이 감소한 만큼, 유보통합(영유아 교육·보육 통합)으로 남게 되는 어린이집 예산 중 여유가 있는 부분을 저출산 관련 정책에 쓰자는 것이다.
하지만 '역대급 세수 펑크'로 인해 교육청이 받을 교부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 방안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올해 60조원에 달하는 세수가 부족한 탓에 11조원에 육박하는 교부금이 지방 교육청에 배분되지 못해 각 지역 교육청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다.
더구나 예산 전환을 위해서는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교육예산을 저출산 예산으로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포함,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를 가지고 사회적인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