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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최근 사회적 관계를 단절한 채 방에만 틀어박혀 '외톨이'를 자처한 은둔형 청년이 늘어난 가운데, 이런 자녀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부모들이 스스로 독방에 들어가는 '감금 체험'까지 하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는 '한국의 행복공장에서 부모들이 자신을 감방에 가두는 이유는'이라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를 통해 은둔형 외톨이 자녀를 둔 한국 부모들의 노력에 집중했다.
BBC는 행복공장, 청년재단, 푸른고래리커버리센터 등 비영리 단체에서 운영 중인 부모 교육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사례를 전했다. 참가한 부모들은 대부분 '히키코모리'로도 불리는 고립·은둔 청년 자녀를 두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4월부터 13주간 진행되며, 자녀와 더욱 잘 소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이 가운데 부모가 고립을 자처해 자녀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3일간 독방 생활을 하는 강원도 홍천군의 행복공장 수련시설 체험 과정도 담겼다.
BBC가 소개한 진영해(가명)씨의 아들은 3년째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재능이 많았던 아들에게 진씨 부부는 기대가 높았지만, 아들은 자주 아팠고 교우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으며 나중에 섭식장애까지 겪었다. 대학 진학 후 한 학기 동안 잘 지내는 것처럼 보였지만 갑자기 모든 것을 그만뒀다고 한다.
진씨는 방에 틀어박힌 채 씻고 먹는 것도 소홀히 하는 아들을 보면서 가슴이 찢어지지만, 아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말해주지 않았다.
그는 감금 체험을 하러 와서 다른 고립·은둔 청년들이 쓴 쪽지를 읽었고, 그때 "아무도 아들을 이해해주지 않기 때문에 침묵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7년간 바깥세상과 단절돼버린 26세 아들을 이해하기 위해 감금 체험에 나선 박한실(가명)씨도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사연을 밝혔다. 박씨는 아들을 상담사와 의사에게도 데려가 봤지만 아들은 처방받은 정신과 약을 먹지 않고 비디오게임에만 몰두했다고 한다.
그는 이런 체험을 해본 결과 "아이의 삶을 일정한 틀에 넣으려 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BBC는 한국 청년의 현실을 알려주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교육부의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19~34세 청년 중 5%인 54만명은 고립·은둔 상태이며 그 이유는 취업난(24.1%), 대인관계 문제(23.5%), 가족 문제(12.4%), 건강 문제(12.4%) 등으로 나타났다.
BBC는 "자녀의 성취를 부모의 성공으로 보는 (한국 사회의) 인식이 (고립·은둔 자녀를 둔) 가족 전체를 고립의 수렁으로 끌어당기는 원인"이라고 분석하며 "많은 부모가 자녀의 고난을 양육의 실패로 인식해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또 김옥란 푸른고래리커버리센터장의 말을 인용해, 청년들의 고립·은둔이 가족의 문제라는 견해가 부모들까지 주변인들로부터 단절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짚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평가받는 것이 두려워 가까운 가족에게도 상황을 말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자녀의 고립·은둔) 문제를 터놓고 얘기할 수 없기 때문에 부모들 역시 자신을 고립시켜 명절 가족 모임에도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