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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사회에서 하급 공무원들이 개인 돈을 모아 국·과장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이른바 '모시는 날' 관행이 사라지지 않은 가운데, 이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공무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자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공직사회 모시는 날 관행에 대한 공무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지방공무원 1만2562명 가운데 75.7%(9,479명)는 '모시는 날'을 알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 44%(5,514명)는 최근 1년 이내에 '모시는 날'을 직접 경험했거나 지금도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다.
'모시는 날'은 주로 7~9급 공무원들이 사비를 모아 소속 부서 국장(4급) 또는 과장(5급)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관행이다.
식사 비용 부담 방식은 55.6%가 소속 팀별로 사비를 걷어 운영하는 팀비에서 지출한다고 밝혔고, 사비로 당일 비용을 각출하거나 미리 돈을 걷어놓는다는 답이 21.5%, 근무 기관 재정을 편법·불법 사용한다는 답변은 4.1%였다. 국·과장이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주로 업무추진비(31.1%)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시는 날'에 대해 공무원 10명 중 7명(69.2%)은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고, 특히 '매우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44.7%로 가장 많았다.
모시는 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가 43.1%, '별로 필요하지 않다'가 25.8%였다. 그 이유로 '시대에 안 맞는 불합리한 관행'(84%) 이라는 답변이 가장 높았다.
설문조사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기술해달라'는 선택형 질문에는 무려 2085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비용을 메꾸기 위해 초과근무를 시킨다", "업무추진비는 부서장 용돈처럼 쓰고 모시는 날에는 사비를 각출한다", "9급 3호봉인데 매달 10만 원씩 내는 게 부담스럽다", "월급 500만 원 받는 분들이 200만 원 받는 청년들 돈으로 점심 먹는 게 이상하다" 등 불만 사항을 쏟아냈다.
위 의원에 따르면 이 밖에도 "제발 없애달라"는 호소가 담긴 의견만 수백 건 확인됐고, 소속 기관의 실명을 거론하거나 구체적인 혐의 감사를 요구하는 응답도 많았다.
위 의원은 "젊고 유능한 공직자들이 느끼는 무력감이 가장 큰 문제다. 현장 실태를 모르는 중앙부처 담당자들은 수박 겉핥기식 탁상행정으로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