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에 뒤덮인 LA 주택가 / 연합뉴스
사상 최악의 산불로 폐허가 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거리가 분홍색 분말로 뒤덮였다. 이 가루는 흡사 '오징어게임'의 핑크 가드 의상을 떠올리게 한다.
13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LA에 뿌려진 분홍색 가루가 미국 방화장비업체 페리미터솔루션에서 판매하는 발화 지연제 '포스첵'이라고 소개했다.
미국에서 1963년부터 화재 진압 용도로 사용되어 온 포스첵은 2022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발화 지연제로 꼽힐 정도로 널리 쓰이는 제품이다.
주로 산불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초목과 땅에 뿌려지며, 연소되는 곳을 덮어 온도를 낮추고 산소와의 접촉을 차단한다. 또 연료의 연소 방식을 변화시켜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분말 소화기의 원리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포스첵은 80%의 수분과 14%의 비료형 소금, 6%의 색소 및 부식 억제제 등으로 구성된다.
분홍색을 내는 이유는 색소를 넣었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눈에 띄도록 해 포스첵을 살포하는 소방관이나 비행기 조종사들이 맨눈으로 분사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가루는 며칠간 햇빛을 받으면 흙빛으로 변한다.
지난주에만 수천 갤런의 분홍 가루가 LA 일대에 살포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가루의 사용을 두고 논란이 벌어진 적도 있다.
2022년 미 산림청 전현직 직원들은 화학 물질을 비행기로 살포하는 것이 물고기 폐사를 일으킬 수 있어 수자원법에 어긋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듬해 1심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되,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승인을 얻을 경우 이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판결했다.
이후 산림청은 발화 지연제를 수로나 멸종 위기종의 서식지 등에 살포하는 것을 금지했다. 다만 이번 LA 산불 사태처럼 '사람의 생명이나 공공의 안전이 위협받는 경우'는 예외로 정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