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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하나 빼고 '캐주얼' 식당 될래요...미쉐린 거절하는 식당들, 왜?

입력 2025-04-21 17:46:17 수정 2025-04-21 17: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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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vat Mosakovskis / Shutterstock



세계적인 미식 평가 안내서 '미쉐린 가이드'가 유럽 식당가에서 외면받고 있다. 미쉐린 별점이 오히려 손님의 기대치를 높이고 식당에 부담감을 주는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오랜 세월 미식 지침서로 여겨지던 미쉐린 가이드가 최근 파인다이닝(고급 식당) 업계의 변화와 셰프들의 인식 전환, 비판 등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탈리아 루카에 있는 레스토랑 '질리오(Gigilo)'는 2023년 미쉐린 측에 별점 삭제를 요청했다.

공동 소유주 베네데토 룰로는 "미쉐린 별점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별점을 받았다는 이유로 손님들이 음식에 과도한 기교와 격식을 기대하게 됐고, 이는 우리가 추구하는 편안한 식당 분위기와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티셔츠에 샌들, 반바지 차림으로도 고급 레스토랑을 방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나왔다. 분자요리의 거장으로 알려진 마르크 베라도 최근 프랑스 메제브 스키 리조트에 문을 연 레스토랑에 미쉐린 평가단의 출입을 금지했다. 자신들의 요리 철학과 미쉐린의 평가 기준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미쉐린은 더 이상 무조건적인 '훈장'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또 미쉐린 별점을 받은 식당은 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2011년 미쉐린 스타를 받았던 영국 런던의 '피터샴 너서리'의 셰프 스카이긴겔은 당시 별점이 '저주'가 됐다고 표현했다.

그는 "다시는 별점을 받고 싶지 않다"며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된 후 레스토랑 운영이 과도하게 바빠졌고, 캐주얼한 요리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는 기대를 품은 고객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업계의 반응이 변하자 미쉐린 가이드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미쉐린은 신세대 미식가와 인플루언서의 취향을 반영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미식'을 평가하는 '그린 스타' 제도를 도입하고, 친환경 운영을 실천하는 레스토랑에 주목하는 등 시대 흐름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수익성이 하락한 미쉐린은 각국 관광 당국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음식 평론가 앤디 헤일러는 "2016년부터 2018년 사이 미쉐린은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며 "더 이상 인쇄 가이드북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없었기 때문에 한국, 미국, 중국 등의 관광청으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청으로부터 수백만 달러를 받은 미쉐린이 '별을 줄 만한 식당이 없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에 우려를 나타냈다.

미쉐린 측은 "식당 선정과 별점 부여는 철저한 내부 기준에 따라 진행되며, 후원 관련 부서와 평가 부서는 철저히 분리돼 있다"고 해명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
입력 2025-04-21 17:46:17 수정 2025-04-21 17:46:17

#미쉐린 , #미쉐린가이드 ,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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