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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이라 속이고 전자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 지시로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받아오라는 일을 맡았던 '보이스피싱 수거책' 20대 A씨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양진수 부장판사)는 전기통신 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9)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월 전북 전주와 김제, 인천 등에서 만난 보이스피싱 피해자 5명으로부터 현금 8천만원 상당을 받아 조직에 건네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이 대가로 한 달 동안 290만원을 벌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A씨에게 보안성이 높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만날 피해자의 인상착의와 범행 이후의 동선 등 구체적 업무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재판 내내 "대출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고 해서 지원한 것"이라며 "대출금 상환 업무를 도와주는 줄로만 알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이 일이 일반적인 금융기관 업무가 아니라는 것을 상식을 갖춘 성인인 피고인이 몰랐을 리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업무 내용과 기간, 난이도 등에 비춰보면 이 일은 통상적인 아르바이트보다 지나치게 많은 임금을 주며, 현금 수거 및 전달 방식도 사회 일반의 거래 관념에 어긋난다"며 "여기에 구인·구직 사이트로 채용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피고인에게 텔레그램으로 거액의 현금 수거 업무를 맡기는 경우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아니라면 상정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피고인은 이 일의 실체를 확인하려 하지 않고 계속 현금 수거 업무를 했으므로 보이스피싱에 가담하는 것을 알았거나,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면서 범행에 이르렀다고 봐야 한다"며 "다만 피고인이 피해금 일부를 변제해 피해자 일부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