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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위태롭다!” 아동 10명 중 1명 주거환경 열악

입력 2013-08-19 10:41:52 수정 2013-08-19 10: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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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의 주거 빈곤 실태 보고서가 발표됐다.

열악한 주거환경은 아동의 신체, 정신건강은 물론 안전과 생명까지 위협하기 때문에 개선이 시급하지만 그동안 간과돼 왔던 면이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회장 이제훈)은 (사)한국도시연구소와 함께 아동 주거빈곤 실태를 담은 보고서 ’아동의 미래, 집에서 시작 합니다‘를 펴내고 아동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주거 빈곤이 만연해 있으며 주거 상황 개선의 필요성이 절박하다고 19일 밝혔다.



최저주거기준이란 국민의 주거생활 편의를 위해 국토교통부 장관이 가구구성별 최소 주거면적, 방의 개수, 전용부엌·화장실 등의 기준을 정해놓은 것이다. 가령 3인 가구의 경우 방 2개, 전용면적 36㎡ 이상이어야 하고 전용부엌, 화장실, 욕실 등을 갖춰야 한다.

이처럼 최저주거기준이 마련되어 있으나 아동에 대한 배려는 없는 상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129만 명(11.9%)의 아동이 최저주거기준 이하의 주거빈곤 상태에 있다. 이는 최저주거기준 미달이거나 지하, 옥탑 거주 아동이 126만 명, 여기에 주택이라 부를 수도 없는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등 주택 이외의 기타 거처 아동 2만5천여 명을 포함한 수치다.

특히 취약계층인 한부모가구와 소년소녀가장가구를 살펴보면 50만 한부모가구 중 11만 5천 가구(23.1%), 7만 소년소녀가장가구 중 2만 5천 가구(37.0%)가 주거빈곤 상태로 아동 주거빈곤 가구 비율 11.7%에 비해 2~3배 높은 수치를 보였다.

가구주의 교육정도 및 혼인상태에 따라서도 다른 비율을 나타냈다. 중졸(22.6%), 고졸(15.1%), 4년제 대졸(5.2%)순으로 대체로 가구주의 학력이 높아질수록 낮은 주거빈곤 비율을 보였다. 또한 유배우가 10.1%로 가장 낮고 미혼(33.8%) 이혼(24.3%) 사별(19.3%)에서는 높은 수치를 보인다.



주거 빈곤 아동은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경향이 있다. 시도별로는 서울(19.7%), 인천(13.5%), 제주(12.2%) 순으로 높고 시군구별로는 서울 금천구(31.9%), 중랑구(31.2%), 관악구와 강북구(28.1%) 순으로 높다. 읍면동별로는 경기도 시흥시 정왕본동(69.4%), 서울시 강남구 세곡동(64.7%), 경상북도 의성군 안사면(61.0%) 순으로 높다

춥고, 축축하고, 어두운 방에서 매일 아침을 맞는 아이들은 열악한 주거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건강, 나아가 안전과 생명까지도 위협받으면서 생애의 첫발을 내딛고 있다. 임대료 체납 등으로 인해 언제 길거리로 내몰릴지 모르는 아이도 있고, 소득에 비해 과도한 임대료 때문에 식품·의복 등의 소비를 제약받는 아이도 있다.

어린 시절의 열악한 주거환경은 건강 및 학업에 악영향을 끼쳐, 어른이 된 이후의 삶의 질도 떨어뜨린다. 다음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발간한 ’아동의 미래, 집에서 시작 합니다‘ 보고서의 사례 연구 내용 중 일부이다.

▶ “컨테이너에 사는 것이 쉽겠는가. 겨울에 너무 힘들다. 쇠가 어는 것 같다. 아이가 감기를 달고 산다.”(주희 아버지, 컨테이너박스에 6살 딸과 거주)
▶ “종훈이 성격이 심각하게 나빠졌다.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았지만 성격이 이렇게 포악해질 줄은 몰랐다. 화를 잘 내고 심각하게 난폭해져서 정신과 병원을 다닌다. 친구도 없어서 더 걱정이다. 술 취한 사람들의 해코지를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받은 영향은 커 보인다.”
(종훈이 아버지, 여인숙 겸용의 쪽방에 오랫동안 거주,)
▶ “난 우리 아이가 이렇게 아파서 주사 바늘을 꽂고 누워 있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인데, 무슨 일이라도 나면 지하에서 갇혀 죽을 거 같아서 너무 무섭고 불안해요.”
(정은이 어머니, 반지하 거주)
▶ “장마 같은 때는 누전 때문에 너무 불안해요. 안방 벽은 습기 때문에 누전이 여러 번 됐어요. 저 콘센트는 누전이 너무 자주 돼서 아예 사용하지 못하고 있어요.“(혜정이 아버지, 반지하 거주)

특히 지하주거는 습기, 추위, 곰팡이, 열악한 환기 등 아동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가 심각하다. 전국적으로 114만 명이 지하에 거주하고 있고 그 중 23만 명이 20세 미만으로, 지하거주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은 아동이다. 65세 이상 전체 노인의 지하거주 인구가 10만 명인 것과 비교해 볼 때, 지하거주 아동수는 노인의 2배 이상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주거 빈곤 아동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자 연말까지 '집으로' 캠페인을 진행한다. 최저주거기준 조항을 사회의 가장 약자인 아동에 맞추고 개선하면 성인 등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주거’가 마련될 수 있다고 보고 9월부터 정책 개선 관련 서명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은 “집은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하는데 기본이 되는 곳이다. 그러나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하여 아이들에게 고통을 주고, 건강을 위협하고, 안전을 빼앗는 집이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많다”며 집으로 고통 받는 아이가 더 이상 없도록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키즈맘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입력 2013-08-19 10:41:52 수정 2013-08-19 10: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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