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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연합, 과도한 평가인증제·불합리한 회계규칙에 한숨

입력 2013-12-09 09:39:49 수정 2013-12-09 09:3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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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천에서 보육아 200명이 넘는 제법 큰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J원장. 많은 보육아동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정상태는 열악하다며 한숨지었다. 유치원 3년 운영 경력이 있는 J씨가 본격적으로 사재를 털고 대출을 받아 어린이집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3월로 올해 거의 6년째다. 유치원과 다름없는 만 3~5세 아이들 중심이다. J원장은 교육비가 4년간 동결된 데다 인건비 상승과 식재료 등 부식비·운영비가 매년 오르면서 재정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적자를 보는 달이 많아 앞으로 계속 운영해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고도 했다. J원장은 큰 편에 속하는 어린이집이 이 정도인데 그보다 규모가 작은 어린이집의 사정은 불 보듯 뻔할 것이라고 말했다.

#2. 서울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K원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3년 무상보육 정책 전면 실시 이후 정부의 어린이집에 대한 각종 규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00% 자기 자본으로 어린이집을 설립한 그는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국공립 수준으로 각종 규제로 숨막힐 지경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민간 어린이집 회계규칙만 봐도 국공립 어린이집과 똑같은 회계규칙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 보육료에다 인건비며, 운영비를 전부 지원하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보육료만 겨우 학부모들을 통해 간접 지원받는 민간과 가정어린이집을 똑같이 취급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회계 지출 항목에 조금만 벗어나도 공금횡령 등의 죄목으로 자신들을 범법자 취급하는 것이 몹시 못마땅하다고 했다.

#3. 시흥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L씨는 또 다른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지역의 특성상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그런데 문제는 다문화 가정 아동들이 베트남이나 필리핀, 중국 등 이민자 아빠나 엄마의 나라를 방문할 때 발생한다. 소위 ‘구간결제’ 문제인데, 보통 어린이가 한 달에 11일 이상 어린이집에 출석해야 보육비 전액을 수령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출석일에 따라 1일-5일, 6일-10일 등 출석일수 구간에 따라 보육비를 차등 지급받게 된다. 하지만 아빠와 엄마의 나라를 방문한 아이가 한 달 이상 머무는 경우도 많아 때에 따라서 교사당 학생 수가 줄어드는 바람에 담당교사 인건비도 건지기 힘든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렇다고 교사를 해고할 수도 없고 그 아이가 돌아오기만을 마냥 기다릴 수도 없어 자신과 같이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많이 받고 있는 어린이집은 구간결제 때문에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2013년 3월부터 만 5세까지 무상보육정책 전면 실시 이후 민간어린이집 운영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일선 민간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지난 3월 이후 정부의 지나친 각종 규제와 4년간 동결된 표준 보육료, 과도한 업무를 조장하는 평가인증제, 비현실적 회계규칙,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원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무상보육정책 실시 이후 절대 다수의 보육아동을 돌보고 있는 민간과 가정어린이집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급격히 강화됐다. 일선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정부의 규제 이유에 납득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그들의 설명에 따르면, 만 5세를 기준으로 보육아동 1인당 22만원의 보육수당을 정부에서 각 가정에 지원한다. 그 보육수당을 부모들은 민간과 가정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낼 때 정부에서 발행한 보육수당 지급카드인 ‘아이사랑’ 카드로 보육료를 지급한다. 규제를 강화한 정부의 논리는 부모들이 지급한 22만원이 정부 보조금에서 나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데 반해 일선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보육료를 지급받은 곳은 각 가정이고 아이보육을 맡기겠다고 결정한 것도 부모이므로(부모는 그 돈으로 가정에서 직접 보육할 수도 있다) 민간과 가정어린이집이 정부의 규제를 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강변한다.

게다가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 만 5세 기준 22만원 보육료에 각종 운영비, 인건비 등 지원비가 별도로 지급되고 있으나 민간 및 가정어린이집은 22만원 보육료 외에 전혀 지원받지 못하고 있으므로 정부가 규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회계규칙 또한 국·공립 어린이집과 같은 수준을 요구받고 있어서 어린이집 원장들을 범법자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한다. 회계항목이 민간 및 가정어린이집의 실정을 반영하지 못해 회계항목과 다른 비용이 지출될 경우 공금 착복과 횡령의 누명을 쓰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또한 교육과학기술부 소속인 유치원에 비해 어린이집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유치원이 8시간 근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반해, 어린이집은 12시간 근무를 의무화하고 있다면서 노동부의 근로기준법에 의해 4시간에 대해 초과근무 수당 등을 교사들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현재 22만원밖에 안 되는 보육료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2009년 표준 보육료 산정 결과에 따르면, 29만2천원이 적정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그 이후로 4년간이나 22만원에 묶여 있다. 따라서 인건비, 각종 운영비, 재료비의 물가인상률을 반영하지 못해 어린이집의 재정상태가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어린이집 평가인증제 폐지도 어린이집 관계자들의 주요 주장 중 하나다. 어린이집 평가인증제는 안전하고 질 높은 보육을 제공하기 위해 정부가 어린이집을 평가해 인증하는 제도다. 보통 어린이집 개원 후 3년마다 한 번씩 평가인증을 받는다. ▲보육환경 ▲운영관리 ▲보육과정 ▲상호작용과 교수법 ▲건강과 영양 ▲안정 등 6가지 영역에서 평가한다. 100점 만점에 영역별로 75점 이상이면 인증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취지와는 달리, 일선 어린이집에서는 3년마다 찾아오는 평가인증이 거의 공포에 가깝다고 한다. 보육아동 40인 미만 어린이집은 80여 가지 서류가, 40인 이상이면 100여 가지 서류가 필요하다는 것. 보육교사들은 평가인증을 받기 위해 수개월 전부터 서류준비를 하느라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없을뿐더러,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다보니 평가인증을 앞둔 어린이집의 경우, 보육교사 이직 비율이 높고 새로 사람을 구하기도 어렵다.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이러한 평가인증제는 호주에서 이미 실패한 제도라고 주장하며 평가인증제를 간소화하든지 유치원처럼 장학점검으로 대체해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보건복지부, 노동부, 행안부, 4대보험, 소방서, 경찰서, 구청 위생과 심지어 어린이집 파파라치까지 각종 점검과 감시로 어린이집 본연의 업무인 보육에 매달릴 수 없게 내몰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키즈맘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입력 2013-12-09 09:39:49 수정 2013-12-09 09:39:49

#산업 ,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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