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한 학급의 반장인 소년은 그날도 다름없이 선생님께 대표로 인사를 드린다.
이상하게도 말문이 막힌다. "차...차... 차렷.. "
똑부러진 반장의 실수에 여기 저기서 키득거리기 시작했고 반장은 사춘기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친구들이 웃는 모습만 보아도 나의 실수를 비웃는 것 같다. 대인공포증과 같은 증세에 시달렸다. 강북삼성병원 신영철 교수가 고등학교 시절 겪었던 일화다.
그는 지금 수천명의 학생들 앞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신 교수는 "지금 현재 이렇게 웃으며 이야기를 잘 할 수 있게 된 것은 '넘어져도 괜찮다'라는 생각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삼성 토크콘서트 '열정樂서' 강단에 섰다. 전국 읍·면·도지역 중학생 3000명과 대학생 강사 1000여명은 신 교수의 말에 귀를 귀울였다.
2012년도 OECD 청소년 행복지수에서 대한민국은 23위를 차지했다. OECD 23개국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꼴등이다.
신 교수는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첫 째도 성적, 둘 째도 성적, 셋 째도 성적"이라했다.
그는 "대학에 들어가면 끝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다"라며 "대학에 가서도 취업을 위해 우리는 또 싸워야 한다. 인생은 끝 없는 스트레스"라고 전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왜' 공부 해야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공부하라'고 말해 S대에 입학했다. 과연 그것으로 행복할까? 엄마 친구 아들의 해외 유명대 입학 소식에 또 다시 낙담하게 된다.
신 교수는 "외적인 요인, 성적으로 얻는 행복은 잠시"라며 "뇌는 똑같은 자극에 반응을 하지 않기 때문에 더 큰 행복을 얻기 위해 더 큰 반응을 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 교수는 한 뉴스를 예로 들었다. "전교 1등을 하던 아이가, 전교 10등을 하자 목숨을 끊었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나."
그는 공부 이전에 자신이 공부 말고도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부 외에도 우리 학생들이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신 교수는 '자기존중감'을 강조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고 수용할 수 있고, 부족한 점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청소년들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자기존중감을 가져야 한다."
다시 그의 말이다.
"인간의 인생을 바꾸는 것은 감정기억이다. 인간의 뇌는 끊임없이 부정적인 감정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이길 수 잇는 방법은 긍적적인 기억을 심는 것이다. 끊임 없이 넘어져도 흔들리지 않고 일어설 수 있도록 좋은 훈련을 해야 한다."
한편, 이날 강연에는 SM 연습생 출신 카이스트 학생 장하진, 개그맨 박성호 등이 참석해 학생들과 꿈과 열정,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키즈맘 김예랑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