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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싸우지 않고 책 고르는 법

입력 2014-01-24 09:18:20 수정 2014-02-17 22: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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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싸우지 않는 겨울방학 독서지도(2)

추천목록을 맹신하지 말라

요즘은 집, 학교, 도서관, 서점 할 것 없이 책이 넘쳐난다. 책을 찾는 부모 입장에서는 읽을거리가 너무 많다는 것이 오히려 스트레스다. 그래서 실패를 줄이기 위해 제일 먼저 찾는 것이 이른바 ‘필독서’를 모아 놓았다는 추천목록들이다. 문제는 이제 추천목록들도 목록을 만들어야 할 만큼 많아졌다는 것. 출처가 어디든 ‘추천되었다’는 것이 책을 구입하는 기준이 되다 보니 상업적인 목적으로 급조된 목록들이 범람하는 것이다. 그러니 목록을 발행한 기관이 어딘지, 어떤 기준으로 책을 골랐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추천목록’이 아니라, ‘아이에게 필요한 책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다. 추천목록만 따라가다 보면 아이에게 읽기를 강요하게 되어 불필요한 갈등이 일어날뿐더러, 정작 아이에게 꼭 필요한 책은 놓칠 수도 있다. “우리 애가 몇 학년인데 무슨 책을 읽힐까요?” 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아이를 학년 말고 다른 말로 표현해 달라고 한다. 이전에 어떤 책을 재미있게 읽었고, 요즘 무엇을 좋아하고, 어디에는 통 관심이 없는지. 책에 관심이 아예 없는 아이라면 관심사를 소개한 책에서 시작해야 하고, 책은 좋아하지만 관심 분야가 좁은 아이라면 그것을 넓혀 줄 만한 책을 소개해야 한다. 어떤 기관에서 발표하는 추천목록도 그런 것을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서점도 도서관도 반드시 계획을 세우고 방문하라

책과 친해지게 하려면 아이와 서점을 자주 가라고들 한다. 서점을 가는 것이야 나쁠 것 없지만, 과연 그렇게 해서 성공한 사례가 많을까? 이제 오프라인서점은 쇼핑몰을 방불케 하는 대형서점뿐인데, 그런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아이들이 책을 잘 고를 수 있을까? 복잡한 곳에서 흔히 그렇듯 아이는 짜증을 내고 부모는 아이를 혼내고, 책은 뒷전이 되기 십상이다. 서점에 가기 전에 어떤 책을 볼지 한두 권이라도 꼭 적어 보자. 온라인서점이나 책을 소개한 책을 참고해서 목록을 만들고, 서점에서는 그 책들을 실제로 살펴 아이가 읽기 적절한지 판단한다. 물론 그러는 참에 옆에 꽂힌 책도 꺼내 보고, 신간도 살피고, 베스트셀러도 구경하자. 목적이 분명해야 아이도 서점 방문에 기대를 갖고 더 집중해서 책을 살펴볼 수 있다.

아이 책만 사지 말고 부모가 읽을 책도 반드시 사자. 엄마 아빠도 관심 분야가 있고, 그것을 책을 통해 더욱 즐긴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언제나 가장 효과적인 독서교육이다. 도서관을 방문할 때도 마찬가지다. 책의 바다에서 표류하지 않으려면, 계획을 잘 세우는 수밖에 없다. 다른 데 놀러 가는 것보다 서점이나 도서관 가는 게 낫지 않으냐고? 아이와 놀아 주려면 놀러 가야 한다. 뛰어놀고 싶은 아이를 차가운 서점 바닥에 주저앉힐 게 아니라.


잘못된 버릇 고치기 : 할인마트 서점의 덫, 서점 속독의 문제

대형 할인마트의 책 코너는 다른 코너들이 그렇듯 판매 중심으로 꾸며진다. 눈에 잘 띄는 곳에 잘 팔릴 만한 책을 놓는다. 아이들이 부담 없이 집어 들고, 앉은자리에서 훑어보고, 갖고 싶어지고, 값이 싸서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책들. 대개는 학습만화나 조악한 기획서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책을 읽는 이유는 딱 하나, ‘재미’다. 그러니 아이들이 양서 읽기를 원한다면 가급적 할인마트 책 코너는 방문하지 않는 게 좋다. 책을 구입하기 제일 좋은 곳은 어린이책 전문서점이다. “그 책은 안 돼!” 하고 제지할 일 없이 아이들이 맘껏 책을 고르게 할 수 있을뿐더러 책을 보는 안목을 높일 수 있다.

어디서든 “이 책 재밌나 한번 봐.” 하면서 서점에서 선 채로 한 권을 읽게 하는 것도 좋지 않다. 허겁지겁 속독이 우선 문제다. 또 아이가 다 읽고 나면 읽은 책이니까 사지 말자 하고, 다 못 읽으면 재미없는가 보다 하고 사지 않고, 설령 산다 하더라도 이미 읽었으니까 다시 보게 되지 않는다. 서점에서는 읽을 만한지 보는 것으로 족하다. 뒤표지의 책 소개와 목차 등을 살피고 몇 장 읽으면서 어휘 수준이나 정보 수준이 적절한지 살피자. 좋은 책을 고르는 데는 어느 정도 실패가 따른다. 한 번에 성공하려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아이와 선택권을 나눠라

스스로 책을 선택하게 하는 게 좋다고 해서 “네가 읽을 책 골라 봐.”라고 하지만, 실제로 아이가 골라온 책이 부모 마음에도 드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 사이 엄마가 고른 책을 내밀면 아이 반응이 싸늘하다. 싸움이 반복되고 보통은 엄마가 이긴다. 돈을 내는 건 엄마니까. 기분은? 둘 다 나빠진다. 아이 스스로 책을 고르는 게 좋은 것은 그 책이 좋은 책이어서가 아니라, 책을 고르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즉, 스스로 선택한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어떤 책이냐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이가 골라 온 책은 무조건 존중해줘야 한다. 아이의 선택이 못 미덥다면 차라리 아이가 한 권 고를 때 부모도 한 권 고른다든가 하는 식으로 선택권을 나누자. 집에서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두 권 중에서 한 권 고르는 한이 있어도 아이는 자기가 고른 책을 읽을 때 만족도와 집중도가 훨씬 높아진다. 자부심과 책임감도 동력이 된다. 스스로 책을 고르는 순간부터 독서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할 어린이의 권리이자 독자의 권리다.

글/ 김소영 선생님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과를 졸업한 뒤 시공주니어, 창비에서 그림책과 동화책을 만들었다. 어린이책 전문 편집자로 일하며 <김소영 독서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연감 동화분과 기획편집위원.

기획/ 강은진 객원 기자
입력 2014-01-24 09:18:20 수정 2014-02-17 22:21:05

#산업 ,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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