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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과 놀이, 심심함이 아이를 키운다

입력 2014-03-26 09:14:00 수정 2014-03-26 09: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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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를 망치는 과잉 육아,
책과 장난감 그리고 부모의 말을 줄여라!


우리는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많은 종류의 물건과 선택을 만나게 된다. 수십 가지에 이르는 상표, 특징, 조건, 크기, 가격을 비교하고 어디선가 들은 경고나 우려를 기억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 매일 수많은 결정을 한다. 물건도 많고, 선택도 많다. 어른들도 정신이 없는데 아이들은 오죽하랴. 지나치게 많은 선택은 부담을 주고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된다. 의욕과 행복까지 해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혹시 우리도 너무 많은 정보와 물건, 그리고 너무 빠른 속도 위에 가정을 건설하고 있지 않은가?

단순 육아가 아이를 살린다
‘단순 육아’는 아이를 둘러싼 과잉을 줄여 단순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아이의 속도대로 자라도록 기다려주는 양육법이다. 집중력을 흩뜨리고 아이들을 힘들게 만드는 불필요하고 부담을 주는 요소들을 덜어내는 것이다. 부모는 가정의 설계자이므로 아이들의 일상에서 속도와 혼란을 줄이고 공간과 여유를 늘려 줄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아이가 원하면 언제든 자극과 오락으로 구성된 여러 가지 활동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놀라운 순간들이 모여 아이의 어린 시절이 아름답게 빛나는 나날이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부모가 매일 아이를 즐겁게 해주려는 ‘행사’로 지쳐 있으면 아이들을 ‘보답’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다. 과도한 일정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상당한 부담이다. 아이들은 이런저런 활동에 참여해서 과제를 수행하고 경쟁해야 한다.

과도한 일정은 아이에게 열정을 불러일으키기보다 부모의 기대치만 높일 뿐이다. 아이가 짜인 일정에 없는 뭔가를 기대할 수 있게 하자. 그 기대감은 단순한 기쁨 그 이상이다. 기대감은 의지를 강화시킨다. 충동적으로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으면 의지가 약해진다. 아이가 기대감을 안고 살아갈 때, 기대감이 시간과 함께 커질 때 자아도 강해진다. 언제나도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 문화 속에서는 기다림 속에서 의지가 생긴다는 사실을 잊기 쉽다. 기대감을 갖고 뭔가를 기다리는 시간은 아이의 인격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아이는 자신에게 강한 열망만큼이나 강인한 힘이 있음을 깨닫는다. 그것은 내면의 힘, 기다릴 줄 아는 힘이다. 충동은 잡초와 같아서 때때로 점검하지 않으면 영혼을 통째로 덮어버리려 든다. 원하는 것을 당장 갖고자 하는 충동은 매우 공격적이다. 그 힘은 이러한 충동을 제어한다. 그러면서 즉각적인 만족을 미룰 줄 아는 성숙한 자세를 배운다.

덜어내기, 넘치지 않게 부족하지 않게
부모의 배경, 문화, 소득의 차이에도 아이들의 방이 물건으로 차고 넘치는 것은 세계 공통이다. 아이의 방에 물건이 많다고 느끼지만, 해로울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이는 단지 과잉의 문제가 아니라 산만함과 과부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아이에게 특권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 아이에게 기쁨을 주고 싶은 바람에서 비롯된 구매 충동은 아이의 욕구보다 부모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일이 된다. 함께할 시간이 부족한 부모들은 아이와의 관계 형성을 위해 장난감을 이용한다. 아이에게 소홀했던 것처럼 느껴질 때, 가장 빠르고 손쉽게 다시 아이와 연결하는 방법으로 장난감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런데 너무 많은 물건은 진정한 창의성을 불러오는 ‘심심함’이라는 선물을 앗아간다. 아이는 심심할 때 창의성을 발휘하고 자극을 받는다. ‘할일이 없다’는 좌절감에서 때로 놀라운 뭔가가 시작된다. 아이가 불평하거나 한숨을 쉴 때마다 부모가 끼어들어 새로운 장난감이나 오락을 제공하면 아이에게서 창의성을 시험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과 같다. 지나치게 많은 선택이 주어지면 지금 갖고 있는 것의 가치를 폄하하게 되고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손에 넣고자 하는 욕구에 휩싸인다. 자식을 사랑한다면 우리의 아이들이 지나치게 많은 물건들이 주는 거짓 선택과 힘에 의해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기업들이 아이들을 유혹하는 광고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을 때 우리는 단호하게 “안 돼”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특권의식과 부담감을 거부하고 단순화를 수용해야 한다.

단순화 방법에는 장난감 반으로 줄이기,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 늘리기, 아이들의 게임 시간을 무제한에서 계획적으로 변경하기, 가족의 TV 시청 시간 대폭 줄이기 등이다. 이런 단순화의 효과는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를 훨씬 넘어서까지 확대된다. 아이 때문에 마지못해 단순화를 시작했던 아빠는 아내와의 친밀감이 깊어졌다고 고백한다. 속도와 혼잡을 줄이면, 아이의 주의력만 깊어지는 것이 아니다. 물건과 속도에 덜 집착하고 연결과 결속의 기회를 일관되게 늘리면 아빠는 식탁 너머로 엄마와 시선을 마주칠 수 있게 된다. 단순화는 부모에게도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가정의 일상이 우리가 꿈꾸던 모습과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다.


참고도서 「내 아이를 망치는 과잉육아」, 킴 존 페인 저, 아침나무

강은진 객원 기자
입력 2014-03-26 09:14:00 수정 2014-03-26 09:14:00

#산업 ,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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