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사이의 학교폭력·왕따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것을 최근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효과적인 해결방안을 찾지 못한 채 이 현상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왕따를 행하는 나이대는 점점 어려져 사회생활이 처음 시작되는 유치원에서도 집단 따돌림이 빈번히 발생한다. 어렸을 때 경험한 학교폭력과 따돌림은 한 개인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부모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지는 따돌림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기도 한다.
지난 22일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키고 도주해 자살까지 시도했던 임병장. 임병장은 그의 변호사에게 자신의 범행 이유를 부대 내 '따돌림'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병장은 왜소한 체격에다 말투가 어눌하고 탈모증세까지 있어 왕따의 표적이 됐다.
또한 임병장의 할아버지는 언론 인터뷰에서 그가 "대인 관계가 넓은 편이 아니었고, 친구들과 장난치고 어울리는 걸 싫어했다"고 전하며, "고교 2학년 때는 친구들의 괴롭힘과 따돌림이 심했고 아침 자율학습 시간에 받는 놀림이 싫어 정규 수업 시작 직전에 맞춰 등교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결국 그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볼 수 밖에 없었다.
임병장의 범행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지만, 왕따 피해자인 그에게 동정표가 쏠리는 현재 상황은 우리 사회의 왕따 문제 심각성을 헤아려보면 이해할 수 있다. 초·중·고등학생들에게만 있는 줄 알았던 집단 따돌림 문제가 성인들 사이에서도 큰 문제가 되는 것이다.
왕따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어렸을 때 아이들 인성교육을 철저히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제 2의 임병장' 사건 방지를 도와줄 교육만화 신간 '선생님도 학부모도 모르는 교실의 가장자리 (재미주의)'를 소개한다.
'교실의 가장자리'는 한국만큼 학교폭력이 심각한 일본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집단 따돌림에 관한 주제의 편지를 받아, 이것들을 단편 만화로 제작해 한 권의 책으로 엮은 도서다. 일본에서는 도덕 교과서에 실릴 만큼 내용면에서 인정을 받기도 했다. 아이들이 직접 편지에 써 내려간 사례로 만들어 낸 이야기는 현재 아이들의 모습을 단편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보여준다.
친구를 왕따 시키는 가해 아이, 왕따를 당하는 피해 아이, 그 모든 상황을 바라보고 방관하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엿본 교실 안의 풍경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교실의 모습과 동떨어져 있다. 그동안 모른 채 지나쳤던 아이들의 학교가 궁금하다면, 또 무엇으로 인해 왕따가 발생하는지 알고 싶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읽혀 왕따의 심각성을 가르쳐줄 수 있을 뿐더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해서는 안 될 행동을 일깨워준다.
이 신간에 대해 네이버 웹툰 '역전! 야매요리' 정다정 작가는 "왕따를 당할 만해서, 빌미를 주었기 때문에, 먼저 무엇인가 잘못해서…. 어떠한 이유로 소외 당한 아이들이 아닙니다. 부모님의 기대, 선생님의 방관, 또래 친구들의 무관심 속에서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세요"라는 서평을 남겼다.
이 책의 부록에는 학부모들이 예방을 위해 실질적으로 할 일을 제시한 전문가 인터뷰를 담았다. 여기서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을 교육이라고 강조한다. ‘내 아이는 아니겠지’라고 안일하게 넘어가지 말고, 여러 사례를 실은 '교실의 가장자리'를 통해 학교폭력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고 진지하게 접근해보자.
키즈맘 신세아 인턴 기자 kizm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