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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맘' 이지원이 제안하는 감성 교육] 밑줄 긋는 엄마가 되자

입력 2014-07-03 16:10:00 수정 2014-07-03 1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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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한다고 하는데도, 정답이 없는 육아.

큰 아이 다섯 살 무렵, 나는 엄마 5년 차였다. 그 당시 내 심리상태는 밤을 새워 시험공부를 하고도 매번 빵점을 맞는 학생의 기분과 비슷했다. 존재감이 커져가는 세 살짜리 동생에 대한 질투 때문에 첫째가 불안한 퇴행시기를 겪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언제부터인지 위생관념에 대한 집착으로 결벽증세와 약한 우울증세가 나타났다. 밥도 잘 먹지 않고, 하루에도 손을 수 십 번씩 씻었다. 자신의 몸에 아주 작은 먼지라도 묻으면 견디지 못했고, 몸에 묻은 걸 닦아 내기 위해 물티슈와 수건을 손에 계속 들고 다녔다. 말이 빠르고 발음이 정확하던 아이였는데, 갑자기 아기 소리처럼 혀 짧은 소리를 내며 말을 했다.

아이의 변화에 당황한 나는 아이를 안아주고 더 사랑을 표현해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나 또한 부족한 인간인지라 내 몸이 지치면 아이에게 버럭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며 아이를 혼내곤 했다. 변덕쟁이 엄마의 어설픈 애정표현과 과도한 훈육 때문에 아이는 더 불안해보였다. 병원에서는 아이가 커나가는 성장과정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고 했다. 동생이 생기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 나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아이는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 같지 않았고, 앞으로는 한발도 나아가지 않고, 힘만 빠지는 런닝머신 위를 무작정 뛰는 것처럼 나는 하루하루 지쳐갔다.


“왜 저 아이는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걸까?”

“남들은 다 쉽게 하는 것 같은 육아가 나에겐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도대체, 내가 어디서부터 잘못한 걸까?”

스스로 자책과 반성을 반복하며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렸다.


그 때 나에게 힘이 되어준 건, 아이를 키우는 또래 엄마들과의 수다보다 육아에 관한 다양한 책들이었다. 산후조리원 동기들이나 엄마가 된 친구들에게 나의 고민을 털어놓으면, 일시적으로는 위로가 되었지만 정확한 현상 파악이나 답을 구하긴 어려웠다. 다들 비슷비슷한 고민들을 안고 있었고, 함께 육아의 과정을 견뎌(?)나가는 그녀들도 나를 위로할 정도의 심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육아서의 두 세 페이지도 읽지 못하고 아이를 재우다가 잠이 드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아이의 변화에 대해 고민이 많아지는 날이면, 나는 어김없이 책을 펼쳤다. 그리고, 내게 도움이 되는 말들에 색연필로 밑줄을 그었다.

아이들의 일상적인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려면 부모들도 외과 의사들처럼 특별한 기술들을 배워야 한다. 수술 부위에 조심스럽게 칼을 갖다 대는 숙련된 외과 의사처럼, 부모들 또한 말을 기술적으로 사용해야할 필요가 있다. 말이란 바로 외과 의사의 칼과 같이 때문이다. 말을 통해서 아이는, 육체적인 상처는 아니더라도, 감정적으로 수많은 상처를 받을 수 있다.
<하임 G. 기너트의 '부모와 아이 사이' 中>

책을 읽는 순간 나는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했다. 아이의 행복을 위해 무심코 내뱉었던 말들이 오히려 아이를 행복하지 않게 만들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엄마라는 권력(?)을 이용해 기분에 따라, 못된 고용주가 종업원 대하듯 아이를 대했던 것이다. 내가 너에게 밥을 주고, 씻겨주고, 모든 걸 제공해주는 데 너는 이 정도쯤은 나에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무의식에 있었던 것이다. 날카로운 혀의 칼로 아이의 순수한 마음에 무수한 상처를 낸 것을 떠올리니 저절로 눈물이 나왔다. 감성에 의지한 채, 어설픈 감으로 육아를 하는 나에게 과학적인 지침과 이성적인 가르침을 주는 좋은 책들이 정말 많았다.

특히, 두 아이의 엄마이자 소아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실제 경험담을 써내려간 '현명한 부모는 자신의 행복을 먼저 선택한다‘라는 책의 지침항목들 아래에 내 생각과 다짐을 적어 프린트해서 거울에 붙여두며 힘들 때 마다 되새겼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 나는 예전의 나처럼 낯선 육아 때문에 쩔쩔매고 고민하는 많은 엄마들에게도 꼭 육아서 읽기를 권하고 싶다. 육아에 관한 책들을 읽다보면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을 대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닫게 된다. 결국,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는 거니까.


[책에서 말하는 행복한 아이를 만드는 최고의 육아법]

1. 80점 짜리 부모가 돼라
→ 100점 짜리가 되려고 노력은 하지 않지만 괜히 위로가 되는 말이다.

2. '희생'이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지워 버려라!
→ 희생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지만, 가끔 내 시간들을 포기하는 건 아닌가 잘 생각해보자.

3. 먼저 즐거워하고, 나중에 힘들어 하라!
→ 그래, 지금을 즐거워하자!

4. 절대 아이를 삶의 최우선으로 두지 말라
→ 그럴 것 같지 않지만, 지금은 최우선이 되고 있다. 내가 행복해져야한다는 걸 명심하자!

5. 아이가 0~3세 때는 그냥 죽었다고 생각하라
→ 그래, 정말 죽을 만큼 힘이 들긴 하다. 나는 아주 잠깐 죽었다. 그리고, 부활할 것이다.

6. 아이가 보여 주는 놀라운 기적을 놓치지 말라
→ 항상 사소한 아기의 몸짓에서도 모세의 기적을 만난다.

7. 어떤 일이 있어도 아이를 자랑스러워하라
→ 자랑스럽다. 자랑스럽다. 자랑스럽다. (나를 세뇌시켜보자!)

8. 배우자를 100% 이해하려 애쓰지 말라
→ 10%라도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T.T 그래, 애쓰지 말자.

9. 배워라, 배워라, 배워라
→ 과거에 배웠던 것들도 꾸준히 잊어 가고 있는 나. 반성하자! 배우자!

10. 한 발 앞서 우울증을 관리하라
→ 이미 간혹 우울증을 경험한다. 책이 치료제라고 여기고, 열심히 읽어보자!

11. 당당하게 도와 달라고 말하라.
→ 친정엄마께 육아를 도와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당당하게 보약도 해드리고, 여행도 보내드렸다. (나 지금 당당한 거 맞나?)

12. 원칙을 갖되 최대한 융통성을 발휘하라
→ 원칙대로 밥을 꼭 해먹자. 하지만, 때론 융통성 있게 외식을~

13. 아이의 반항을 즐겨라
→ 이건 즐길 수 없을 것 같다. 반항하면 이렇게 말하겠지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14. 세상으로 열린 끈을 절대로 놓지 말라.
→ 가장 맘에 드는 말이다. 세상으로 열린 끈. 그것이 ‘사람’이든 ‘인터넷’이든 ‘책’이든 놓지 말고 항상 꼭 잡고 있어야겠다.

이지원 < 교육 칼럼리스트 >
입력 2014-07-03 16:10:00 수정 2014-07-03 16:10:00

#산업 ,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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