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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맘' 이지원이 제안하는 감성 교육] 아이가 재미있는 ‘스토리 하우스’를 만들자

입력 2014-07-21 09:18:58 수정 2014-07-22 09: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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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밖에 나왔다가 집에 들어가는 걸 싫어한다면?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집이 재미없어서다.

그렇다고, 각종 최신 장난감과 놀이기구들을 모두 갖춰두면 아이가 집을 더 좋아하게 될까? 물론, 아니다. 정형화된 장난감은 알다시피 오래가야 유효기간은 한 달이다. 사실, 일주일도 못 넘긴다. 아이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재미’에 목말라한다. TV 광고에 나오는 비싼 장난감을 사주었지만 아이는 끊임없이 ‘이번 딱 한번만’을 외치며 엄마 아빠의 지갑을 계속 열게 만든다.

결혼 전, 단호하게 결심했던 한 가지가 있다. 아이를 키우게 되면, ‘난 절대로 집안 벽에 한글이나 영어 알파벳, 각종 숫자들이 적힌 대형 포스터들을 붙이지 않으리라고’ 말이다. 왜 엄마들은 인테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그런 유치찬란한 종이들을 덕지덕지 집에 붙이는 건지 이해가 안됐다.

그 후, 첫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그 결심을 우아하게 실천했다. 하얀색 벽지에 깔끔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면서 말이다. 아이의 장난감이나 책은 최대한 보이지 않게 수납장에 가지런히 정리해두었다.

그러던, 어느 날 비슷한 또래를 키우는 친구 엄마가 놀러 와서 우리 집을 둘러보다가 던진 한 마디. “집이 참 깨끗하고, 깔끔하네요. 아이 키우는 집 같지 않아요.”

바로, 내가 듣고 싶었던 칭찬이었다. 아이 키우는 집 같지 않은 모던 하우스.

“그런데, 누가 그러더라구요. 어린 아이가 집에서 벽과 문을 바라보는 시간이 어른들이 TV를 보는 시간보다 더 길데요. 아이가 저렇게 온통 하얀색 벽지만 보고 있으면 좀 심심할 수 있겠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얼굴이 화끈 거렸다. 나는 나만의 취향을 위해 아이의 시선은 배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도 어릴 적에 방안의 벽지에 그려진 반복되는 무늬들을 보면서도 몇 시간동안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렇게 심심한 공간에서 내 아이가 무엇을 배우고 느낄 수 있을까 생각하니 미안해졌다. 그 이후, 우리집의 컨셉은 나를 위한 ‘모던 하우스’에서 아이를 위한 ‘스토리 하우스’로 변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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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의 모든 벽과 문들을 ‘그림책의 일부’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귀여운 그림들이 그려진 포스터나 달력의 예쁜 일러스트들도 붙여주고, 시중에서 파는 명화들도 코팅해서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붙여주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들의 장면들을 크게 칼라 복사해서, 두꺼운 4절 도화지에 여러 장을 연결해서 붙인 후에 병풍처럼 만들어서 노는 공간에 세워주었다.

특히, 일러스트의 색깔이 예쁜 ‘에릭 칼’이나 그림이 독특한 ‘앤서니 브라운’의 삽화들을 붙여주면 은근히, 집안 분위기와도 잘 어울렸다. 화장실 벽면에도 심심하지 않게 재미있는 만화그림들을 코팅해서 붙여주었고, 자주 다른 그림들로 바꿔주었다. 침대에 누워서도 심심하지 않게 천장 위에도 알록달록하고 커다랗고 예쁜 일러스트 그림들과 야광 별자리 스티커들을 잔뜩 붙여주었다.

정말, 그 이후로 아이들은 집에 있는 시간을 훨씬 더 즐겁게 느끼는 것 같았다. 간식을 먹다가도 문득 조용해서 쳐다보면, 벽이나 문에 붙어있는 그림들을 한 참 동안 쳐다보며 중얼 중얼 혼잣말을 하는 모습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그 중에서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벽화는 바로 자기들의 스토리가 담겨진 직접 그린 그림들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신들의 새로운 작품(?)을 붙이고 즐거워했다. 처음엔 지정된 벽에만 붙이다가 에어컨이며 옷장까지 확장했다. 꼬마 작가님들의 전시활동이 활발해질수록, 집안 풍경은 재미있는 공간이 되어주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제약은 필요하다. 잘못했다간 집안이 난해한 꼬마 작가님들의 작품들로 넘쳐날 수 있으니까.)

이건 육아와 전혀 다른 이야기 같지만, 한 때는 그냥 평범한 동해안의 한 해변이 있었다.

여름철 휴가 때나 찾던 강원도의 바닷가 ‘정동진’은 드라마 ‘모래시계’속 배경이 되면서 사람들이 즐겨 찾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스토리가 있는 장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곳에 서면 누구나 ‘고현정’이 되고, ‘최민수’가 되는 것 같았다. 강원도 관광공사에서 아무리 ‘아름다운 정동진에 놀러오세요.’ 라고 홍보를 해도, 드라마가 아니었다면 사람들이 그곳을 지금처럼 좋아했을까?

또, 제주도의 '쉬리의 언덕'에는 바닷가를 향한 두개의 벤치와 해송 세 그루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일부러 그곳을 찾아 벤치에 앉아 바다를 내려다보고, 해송을 쓰다듬으며 스스로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되어보기도 하며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인다. 장소에 스토리가 입혀지면 누구나 찾고 싶고, 그 곳에 애정을 느끼게 된다.

나와 아이가 하루 종일 머무는 ‘우리 집’에도 ‘스토리’를 입혀보면 어떨까?

알록달록 성이 그려진 그림을 아이 방에 붙여놓고, “이곳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잠든 성이라고 하자. 넌 공주니까 자고 있어. 엄마는 빨리 공주님을 구해 줄 왕자님을 찾으러 갈게” 하기도 하고, 배고픈 애벌레 그림이 붙여진 벽을 쳐다보면서 “이 애벌레가 배가 고픈가봐. 얘가 지금 뭐가 먹고 싶은 것 같아?” 하고 이야기를 꾸며보자. 다양한 그림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아이는 장난감이나 엄마가 옆에 없어도 벽을 바라보며 혼자만의 상상의 세계를 만들며 집안에서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이번엔 거실 벽에 어떤 그림을 붙여볼까?’

오늘도 나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넘쳐나는 아이들을 위한 '스토리 하우스'를 꿈꾼다.

이지원 < 교육 칼럼리스트 >
입력 2014-07-21 09:18:58 수정 2014-07-22 09:20:58

#산업 ,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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