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삶은, 풍경이라는 거짓말'의 저자 김기연은 카피라이터이자, 아트디렉터이며 때로는 캘리그래퍼이기도 하다. 그가 한 것은 여행이었지만 여행이 아니었다. 풍경과의 만남이었고, 그들과의 소리 없는 대화였다. 때로는 카피를 쓰고, 때로는 사진을 찍었다.
저자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풍경을 바라본다. 지나가는 바람, 떨어지는 나뭇잎, 골목길에 서 있는 꽃 하나도 사소하게 지나치지 않는다. 풍경에 자신을 던져놓고,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픈 마음을 털어놓는다. 수채화처럼 지긋이 풍경을 그리고, 삶을 들여다보는 그의 글에는 특유의 사색이 느껴진다.
이 책은 분명 여행에서 시작되었지만 여행은 없다. 풍경과 그 속에 녹아 있는 삶의 이야기만 있을 뿐. 풍경을 통해 자연과 마주섰고, 소리 없는 대화를 나눴다. 그는 우리에게 유려하고 섬세한 문체로 자연이 던져준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다에 서 있는 등대를 보고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떠올린다. 잘 자란 파를 보며 농부의 정직함을 생각하고, 싱싱한 봄동을 보고 시련을 이겨낸 단단한 정신을 느끼고, 밭을 가는 농부와 소를 보며 노동의 아름다움을 생각한다. 때론 순천 시내의 허름한 모텔에서 스무 살의 순수했던 추억을 회상하고, 양파 추수를 보며 인생이 꼭 맵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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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풍경이라는 거짓말>
김기연 글, 사진|맥스미디어|256쪽|1만3800원
키즈맘 김예랑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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