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는 아이를 자라게 하는 자양분이 된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또 다른 공부다.
단순히 영상이나 책을 통해 배우는 것만이 공부가 아니다. 마음껏 뛰어다니며 느끼고 체험하는 놀이의 모든 것이 아이들에게는 공부가 된다. 놀이는 아이를 건강하게 자라게 하는 자양분과 같은 것. 아이를 제대로 성장시켜줄 진짜 놀이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글 : 이상화 <하루 20분 놀이의 힘> 저자
자료제공 : 한솔교육
의상협찬 : 보데보(BOdeBO)
모델 : 박지안
사진 : 아이레 스튜디오
놀이는 아이에게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성격을 길러주는 중요한 요소다. 누가 강요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으면 끼니도 잊고 몰두하는 것이 놀이이기 때문이다. 특히 부모가 함께 놀아줄 때 놀이 효과는 배가 되는데, 아이와 어떻게 놀아야 할지 난감해하는 부모가 의외로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막상 서점에 나와 있는 놀이책을 보면 준비할 것도 많고, 과정도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아이와의 놀이는 이미 부모에게 일거리가 되고, 가짜 놀이가 되어버린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거운 진짜 놀이는 어떤 것일까?
아이들은 종종 부모에게 놀아달라고 보챈다. 이렇게 아이가 놀이를 원할 때 부모가 바쁘면 나중에 놀아주겠다고 말하게 된다. 이는 대부분의 부모가 놀이를 단순히 노는 것으로만 인식할 뿐, 아이의 학습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는 간과하기 때문이다. 놀아달라고 할 때 즉시 놀이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놀이가 아이의 집중력을 높이는 최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할 때 10Hz의 뇌파가 나타나는데, 아이가 놀이에 집중할 때 바로 이 주파수의 뇌파가 나온다고 한다. 그만큼 재미있는 놀이를 할 때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자기 주도에 의한 놀이를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경험한다면 아이의 집중력은 자연스럽게 높아져 학습 효과까지 볼 수 있다. 아이가 자라 고학년이 되면 이러한 집중력의 차이는 바로 학습 능력의 차이로 이어진다. 다른 아이들이 학원에서 6개월을 배워야 할 것을 한 달에 다 배울 만큼 큰 차이를 보인다.
놀이를 할 때는 반드시 신체를 움직여야 한다. 신체를 통해 노는 놀이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 탁구공 100개를 구입해서 바구니에 담아 거실에 두어보자. 그리고 아이가 놀아달라고 할 때 부모는 "그래? 탁구공이 여기 있네. 놀아볼까?"라며 바구니에 있는 탁구공을 바닥에 쏟는다. 놀이가 시작되었는데 아이의 반응이 없다면 부모는 먼저 시범을 보여주어야 한다. 바구니를 거실가운데에 두고 흩어진 탁구공 한 개를 주워 바구니 속으로 던진다. 물론, 하나라는 숫자를 세어야 한다. 두 번째 탁구공을 잡아서 바구니 속으로 던지며 둘을 외친다. 잠시 후, 아이는 소리를 지른다.
"내가 할래."
아이는 부모가 보여준 모습처럼 탁구공을 집어서 바구니에 던지며 숫자를 세게 될 것이다. 이때 아이의 동작을 살펴보자. 공을 줍기 위해 손과 팔을 이용해서 탁구공을 바구니에 골인시키려고 조절을 한다. 이 모든 것은 뇌가 명령을 내리는 것이며 이런 동작을 반복하며 신체 조절 능력이 생긴다. 그리고 반복 놀이를 통해 뇌가 발달하게 되는 것이다.
놀이는 창의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잘만 놀아도 창의력이 무궁무진하게 높아진다. 창의력은 운동과 같기 때문에 꾸준한 노력과 연습으로 향상될 수 있다. 이러한 많은 것들이 놀이를 중심으로 아이에게 전해질 때 아이들은 더욱 자연스럽게, 더욱 빨리 성장할 수 있다.
창의력은 수평적 사고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전에 방영된 모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대합실에 있는데 마침 유리창이 넘어져 아이를 덮치는 사고가 일어난 장면이 있었다. 아이가 위독해서 당장 응급수술을 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설정이었다. 이때 주인공은 주변의 사물을 이용해 응급수술을 했고, 환자를 살렸다. 이 능력이 수평적 사고력이다.
수평적 사고력은 놀이에서 출발한다. 아이는 탁구공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탁구 시합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와 함께 탁구공을 이용해 여러 놀이를 하다 보면, 아이는 부모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기발한 놀이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놀이를 통해 아이의 수평적 사고력이 점점 향상되는 것이다. 이 수평적 사고력은 아이가 성장하여 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될 때 아이가 일하는 분야에 도움을 주고 능력을 발휘하게 도와준다.
탁구공을 이용해 수평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놀이를 하나 소개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딱딱한 표지의 책을 들고 탁구공을 튕긴다. 경쾌한 소리를 내면서 탁구공이 높게 또는 낮게 위아래로 진동을 거듭한다. 그리고 영어로 숫자를 세어보자. “원, 투, 쓰리, 포, 파이브…”
손으로 공을 잡은 다음 다시 책으로 튕기는 것을 반복하면서 영어로 숫자를 센다. 이러한 놀이를 통해 아이의 오감은 깨어난다. 기계적으로 영어 단어를 외울 때 언어 감각 레이더가 한 개만 작동한다면, 놀이를 통해 영어를 배울 때는 숨겨진 레이더까지 총출동한다. 아이들은 반복을 좋아하기 때문에 충분한 반복 놀이를 한 후 다른 놀이로 넘어가면 된다.
탁구공과 책이 융합된 놀이는 다양하다. 책을 수평으로 놓고 탁구공을 올려 이동한다거나, 책과 책을 들고 공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은 채 상대방에게 넘기기 등 다양한 방법의 놀이를 찾을 수 있다. 이런 놀이를 부모가 먼저 시범 보인다면, 교육학의 동일시 효과 때문에 아이는 분명 ‘나도 할래’를 외친다. 이때 슬그머니 아이에게 넘기고 옆에서 지켜본 후, 아이의 모습을 칭찬하고 격려한다.
유아기의 한 시간 놀이는 청소년이 열어섯 시간 동안 몸을 사용해 신체 발달과 지능 계발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유아기에 좋은 놀잇감으로 한 시간 동안 진짜 놀이를 할 것인지, 청소년이 되어 하루 열여섯 시간 운동을 시킬 것인지의 판단은 부모의 몫이다.
위 기사는 [매거진 키즈맘] 10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