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열이 특히 높은 우리나라 부모들은 어릴 때 부터 학원에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남들보다 좋은 대학교에 보내기 위해, 다른 아이들보다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통계청과 교육부가 전국 1,094개 초·중등학교 학부모와 학생 7만 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3년 사교육비·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교육비 총규모는 18조 596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2%에 해당하며 선진국의 4배나 된다.
왜 우리나라 부모들은 이토록 학원에 열광하는 것일까. 사교육은 왜 하며 학원에는 왜 보내는 것일까. 대부분의 아이들이 집에서는 공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아이 입장에서도 집에서 공부가 잘 안 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집에서 놀고 있는 아이를 보는 엄마는 답답하고 불안하다. 성적은 시원치 않으면서도 빈둥거리고 있는 꼴이 보기 싫어 결국 아이를 학원으로 이끌고 만다. 아이 역시 공부하라는 엄마의 잔소리를 듣는 게 싫어서 조용히 학원에 간다. 그러나 아이들은 학원에서도 성적이 크게 좋아지지 않는다.
혼자서 내버려두면 아예 공부를 안 하는 아이, 집에서는 공부가 안된다는 아이를 어떻게 스스로 공부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대학교수나 사범대학을 나온 사람들만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아니다. 보통 엄마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특별한 훈련을 받을 필요도 없다. 거실의 구조를 바꾸고, 아이에게 말하는 내용을 조금 달리 하는 것만으로 아이가 스스로 집에서 열심히 공부하도록 할 수 있다. 아무리 비싼 사교육도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는 못 이긴다.
공부를 다른 말로 하면 '학습'이다. 배울 학(學), 익힐 습(習). 배우고 익히는 것이 공부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에게 듣는 것이 '학'이고, 학원에 가서 듣는 것도 '학'이다. 배우고 또 배우고 또 배우기만 하니 학, 학, 학 숨은 찬데 제대로 내 것이 되지 않는다. 배운 지식을 내 것으로 익히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한 번 배우면 그 다음부터는 아이 스스로 연습해야 한다. 외우고, 적용하고, 응용하는 것은 오로지 본인의 몫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아이의 두뇌가 발달하고 학습능력이 향상되며 창의력과 상상력이 발달한다. 그렇게 공부하는 아이들이 처음에는 느린 것 같아도 나중에는 다른 아이들 보다 빠른 이해력과 뛰어난 상상력, 창의력을 바탕으로 훨씬 우수한 성적을 올린다.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를 모두 입학시험을 치루고 진학했던 권태욱 뉴질랜드변호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도록 만드는 방법에 대한 책을 펴냈다. 책에는 자신의 공부경험과 자녀를 지도했던 경험은 물론, 최근 중학생 학습캠프와 자율학습센터 운영을 통해서 요즘 중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도록 알려주고 지켜보았던 경험도 녹아들어 있다.
아이가 학원에 가지 않고도 뛰어난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수업에 집중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한 배운 내용을 스스로 익히고 적용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저자는 거실 한가운데 온 가족이 둘러앉아 책을 보고 공부할 수 있는 작업용 테이블을 마련할 것을 추천한다. 아버지는 진급 시험 준비를 하고, 아이들은 공부하고, 엄마는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뜨개질을 하거나 자기가 원하는 공부를 하는 거실, 이것이 최고의 공부 환경이기 때문이다. 엄마가 집에서 공부하는데 공부 안하는 아이는 없다. 아버지까지 공부를 하면 그 효과는 두 배, 세 배가 된다.
아이를 스스로 공부하게 만들고 싶다면 먼저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 수긍은 가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어려운 진리 중의 진리다.
키즈맘 노유진 기자 kizm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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