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난 2006년부터 임신부들에게 배려 문화를 조성해나가자는 취지로 배포하고 있는 임신부 엠블럼. 시행된지 9년째에 접어들었지만, 지하철 자리 양보를 제외한 다른 생활에서 활용도는 미미한 실정이다. 게다가 임신부 엠블럼에 대한 시민들의 인지율도 낮아 지하철에서도 자리 양보를 받기란 쉽지 않다.
특히 배가 나오지 않아 임신 여부가 눈으로 확인되지 않는 임신 초기 예비 엄마들이 지하철에서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초기에는 지하철의 흔들림도 태아가 자리잡는 데 위험할 수 있다. 또 임신부들은 쉽게 피곤해짐은 물론이고, 지하철의 답답한 공기로 인해 입덧 증상이 더욱 심해져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임신 초기에는 임신 여부를 겉모습으로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주위 사람들의 배려가 더 필요하다.
네이버 카페 키즈맘(http://cafe.naver.com/smartmams)에서 활동 중인 서울사랑맘(임신 15주차)님은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을 탈 때마다 문 앞쪽에 자리를 잡는다. 사람이 많은 통근시간대에는 자리에 앉을 엄두도 못 낼 뿐만 아니라, 입덧이 너무 심해 환기가 잘 되는 문 앞 쪽에 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수원보기맘(임신 12주차)님은 임신부배려석의 운영이 잘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임신부배려석은 그 이름이 무색하게 항상 일반인들이 앉아있고, 임신 초기여서 티가 나지 않는 예비 엄마들은 양보 받을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노약자석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눈치를 주는 것 같아 앉아있을 수 없다고.
이들의 글에 공감한 예비 엄마들은 "저도 멀지 않고 가까운거리면 그냥 문쪽에 서있는데, 오늘은 다리도 많이 부어서 힘들더라고요", "많이 속상하셨겠어요. 제가 더 울컥!", "저도 36주차에 직장에 다니는데, 버스에서도 양보해 주시는 분들이 없어요. 양보는 바라지도않지만, 임산부 자리는 좀 비워줘야 하는거 아닌가요?" 등의 댓글을 달아 속상한 마음을 표현했다.
임신 초기 입덧으로 인해 직장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는 예비 엄마도 있다. 긍정적인맘(임신 6주차)님은 고객상담을 하는 금융직에 종사 중이다. 그는 상담 중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입덧 증상에 업무에 많은 지장을 받고 있다. 임신 초기가 지나면 증상이 나아질 거라고 해 계속 출근을 하고 있지만, 구토 증세가 심해 아무 것도 먹지 못 하고 일하는 때가 많다.
이에 대해 littlebabu7님은 "입덧 방지 팔찌가 효과가 좀 있다고 들었어요. 입덧이 완전히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도움이 된다고 해요. 일을 계속하셔야 하니 어떻게든 해결하셔야 할 듯… 전 8주쯤 이런저런 스트레스와 눈치주는 직장 덕에 그만둬버렸네요"라는 댓글을 달아 자신의 과거 고충을 전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손숙미 회장은 지난달 10일 임산부의 날을 맞아 "초기 임신부들은 유산 위험, 입덧과 구토, 과다한 피로감 등의 신체·정신적 어려움을 겪음에도 외견상 잘 표시가나지 않는다"며 "임산부의 날을 맞이하여 임신과 출산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관심을 높임으로써 임산부 배려 문화가 확산되길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 임신부 배려 캠페인
보건복지부와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는 임산부의 날 임신부 배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1. 표시가 안 나는 임신 초기는 세심한 배려가 가장 필요한 시기!
2. 지하철과 버스에서 자리양보는 임신부 배려의 시작!
3. 임신부가 있다면 담배는 조금 후에!
4. 직장에서 임신부에게 무리한 근무와 스트레스는 금물!
5. 산전·후 휴가는 선택이 아닌 필수!
키즈맘 신세아 기자 kizm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