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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 아빠들의 특별한 육아] 서재돈 원장 “부모가 아이의 미래를 판단하면 안 되죠” <매거진 키즈맘>

입력 2014-12-30 13:36:56 수정 2014-12-30 17: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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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두 딸을 둔 서재돈 재돈성형외과 원장은 이런 청소년 성형 열풍을 어떻게 바라볼까. 의사 경력만큼이나 탄탄한 아빠 경력 14년차를 뽐내는 그만의 자녀 교육법도 궁금하다. ‘가족은 함께 있을 때 의미가 있다’는 철칙으로 주말엔 가운을 벗고 어설픈 요리사가 된다는 그와, 갓 청소년기에 들어선 둘째 딸 서나연(만 11세) 양의 훈훈한 부녀 간 이야기를 들어보자.

글 윤은경 | 사진 김경림

kizmom 사춘기 딸 둘을 둔 아빠만의 교육법이 있나?
서재돈 한마디로 말하자면 ‘자율’이에요. 아이들의 의견을 많이 듣고 존중하려는 편이죠. 부모로서 최대한 아이들의 잠재력을 보려 노력하고 끼가 보이면 그 분야로 밀어주려고 합니다. 중학교 1학년인 첫째는 현재 예원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있는데,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잘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미술을 공부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더니 본인도 그러겠다며, 본격적으로 그 길로 가게 됐죠. 둘째는 본인과 상의해 재작년부터 국제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kizmom 둘째 딸을 국제학교로 보낸 계기는?
서재돈 전 어쩔 수 없이 한국식 교육 틀 안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공부를 많이 해온 사람이잖아요. 나름 이 방식에 대해 느낀 게 많았어요. 그래서 여건만 된다면 제 자식에겐 주입식 교육이 아닌 좀 더 창의적인 교육을 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본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니까 아이에게 다양한 학교를 많이 보여주고 스스로 선택하게 했죠.

kizmom 애초에 국제학교로 입학을 시키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나?
서재돈 한국의 주입식 교육에 대한 회의감은 있었지만, 한편으로 드는 생각이 아직 우리말이나 정서가 완벽하게 자리 잡히지 않은 저학년 때 국제학교에 섣불리 입학시키기보단 아이가 판단할 수 있을 때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마침 4학년 때 아이가 국제학교에 가길 희망했고, 지금은 만족하며 잘 다니고 있어요. 언제든 본인이 원한다면 다시 원래 학교로 돌려보낼 생각도 있습니다.

서나연 친구들과 함께 하는 활동이나 운동 시간이 많아서 학교가 더 재미있고 공부도 이전 학교보다 많이 하지 않는 것 같아 좋아요.

kizmom 주입식 교육이 우려된다면 아이들의 유학은 생각해보지 않았나?
서재돈 물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외국에 살면 전 아빠로서 아이들이 커가는 걸 볼 수 없겠죠.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아빠와 단절된 생활을 해야 하고 공유할 거리도 없을 것 같고요. 가정에 대한 제 철칙은 가족은 함께 모여 지내야 한다는 겁니다. 가족은 같이 있을 때 의미가 있고 저 또한 아이들이 커가는 걸 지켜보면서 매일 힘을 얻고 행복을 느끼거든요.

kizmom 가정 분위기도 대화가 많은 편일 것 같다.
서재돈 자주 만나기 힘든 게 사실이지만, 딸만 있는 집이 그렇듯이 만나면 대화가 끊이질 않아요. 특별히 함께 즐기는 취미는 없지만 그냥 집에서 쉬면서 가끔은 아내와 딸들을 위해 제가 직접 요리를 하기도 해요.

kizmom 아빠와 이야기도 자주 나누나?
서나연 아빠가 집에 잘 안 계셔서 자주는 힘들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이야기를 해요. 전 성적이 잘 나오는 편이 아니라서 어떻게 하면 성적이 오를 수 있을까 아빠한테 걱정을 털어놓기도 하고, 이제 6학년이 되니까 숙제가 많아져서 그런 것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 나눠요.

kizmom 전문직이다 보니 워크 앤 라이프의 균형을 맞추기가 힘들지 않나?
서재돈 그래서 가급적이면 주말엔 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합니다. 주중에도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지만 쉽지 않아요. 그래서 잠깐이라도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지려고 애쓰죠. 사실 저도 바쁘지만 아이들도 이제 고학년이라 각자 할 일이 많아 바쁘더라고요. 아이들이 어릴 때만큼 시간을 갖긴 힘들어졌어요.


kizmom 아빠와 주로 어떤 시간을 보내나?
서나연 주말에 집에 같이 있으면 쉬면서 텔레비전을 보고 이야기도 나눠요. 아빠가 맛있는 걸 만들어 주실 때도 있고, 가족 모두 함께 쇼핑하러 나가기도 해요.

kizmom 어릴 적 기억에 남는 아빠와의 추억은?
서나연 한 달 동안 가족과 친척이 함께 미국에 갔을 때인데, 아빠는 병원을 비울 수 없어 같이 가지 못해서 슬펐어요. 그런데 2주정도 남았을 때 아빠가 미국에 온 거예요. 그때 전 아빠가 올 줄 전혀 몰랐거든요. 그래서 너무 좋아서 울었어요.

kizmom 아이들이 한창 사춘기인 것 같다. 사춘기를 잘 극복할 수 있게 돕는 노하우가 있나?
서재돈 큰 아이의 경우 한창 사춘기 때 미술 입시를 준비했기 때문에 워낙 바빴어요. 그래서 무난하게 지나간 것 같아요. 지금도 아빠랑 하는 스킨십에 거부감이 없고, 이야기나 고민도 잘 나눠요. 그런데 이제 둘째가 사춘기에 막 접어든 것 같아요. 특별한 노하우는 없고, 첫째 경험을 바탕으로 최대한 아이를 존중하려고 해요. 오히려 간섭하지 않고 아이를 신뢰하되 내버려두는 게 최선의 방법인 것 같아요.

kizmom
아빠에게 바라는 점이 있나?
서나연 요즘엔 제가 힘들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가 종종 있거든요. 그런데 아빠는 그런 걸 잘 몰라서 그냥 방에 막 들어오고 말을 시키기도 해요. 그런 점은 자제해주셨으면 좋겠어요.

kizmom
아빠 직업의 영향으로 아이들이 특별히 외모에 관심을 많이 두진 않나?
서재돈 그렇지 않아도 요즘 딸들이 성형에 관해 물어보는 횟수가 부쩍 늘었어요. 눈 밑 애교살은 어떻게 만드느냐, 첫째의 경우 쌍꺼풀이 없어 고민을 하기에 원한다면 수술을 해보라고 권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본인은 괜찮다며 싫다고 하더라고요. 둘째 아이는 첫째보다 외모에 관심이 더 많아요. 메이크업 쪽에도 관심이 있어서 제가 화장품을 많이 사주기도 했죠. 어느 날 집에 가보면 되게 이상하게 얼굴 반쪽만 메이크업을 하고 있어요(웃음). 그래서 제가 메이크업, 분장 쪽으로 공부해보는 게 어떠냐고 살짝 권유하기도 했습니다. 메이크업도 일반 메이크업부터 특수 분장까지 범위가 넓은 분야니까 본인만 좋다면 밀어주고 싶어요.

kizmom 아빠가 성형외과 의사다보니 외모나 성형에 관심이 가지 않나?
서나연 전 성형수술은 싫고, 화장하는 건 좋아해요. 중요한 날에는 가끔 화장을 할 때도 있어요.

kizmom 아이들의 장래에 대해 굉장히 개방적인 것 같다. 앞으로 딸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서재돈 둘째 딸을 국제학교에 보내놓고 성적이 부진한 것에 대해 은연중에 닦달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돌아서서 생각해보니까 제가 잘못했더라고요. 아이도 벌써 5학년이고 자기 미래는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잔소리를 한 거죠. 어쨌든 부모는 최대한 간섭하지 않되 방관자가 아닌 지지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아이에게 ‘하고 싶은 게 생겼니?’를 자주 물어보는데, 전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게 생기면 그게 뭐든 만류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밀어줄 생각입니다.

kizmom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것이 올바르지만 사실 부모로서 실천은 쉽지 않다.
서재돈 그렇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게 결국 부모와 아이가 함께 행복한 길이잖아요. 우리 시대와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는 또 다르기 때문에 부모가 섣불리 아이의 미래를 판단할 일이 아니죠. 그냥 응원하고 도와줄 뿐이에요.

kizmom 아이들의 피부가 찢어진 깊은 상처의 경우엔 다른 과보다 성형외과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던데, 사실인가?
서재돈 물론입니다. 성형외과는 심미적인 목적도 있기 때문에 좀 더 섬세하게 상처부위를 봉합하고 다듬을 수 있어요. 아무래도 다른 과보단 그 분야로 공부를 좀 더 하니까요. 또, 상처가 아물어 가는 진행 단계에 따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에 관해서도 좀 더 전문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kizmom 14년차 아빠이자 전문의로서 청소년 성형열풍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서재돈 자기 또래 아이들이 성형을 하고 매체에 자주 나타나 대중들의 인기를 누리는 걸 보면 아이들 입장에선 부럽고 따라하고 싶어지죠. 문제는 성형을 간단하게 여기고 쉽게 결정한다는 거예요.

kizmom
나중에 딸이 과도한 성형을 원한다면?
서재돈 딸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잘못된 생각에 대해선 얘기해줘야죠. 지금도 병원을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아빠의 입장으로 조언이나 충고를 해주고 있어요. 함께 찾는 부모 10명 중 8명이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온 경우인데, 아이가 매일 스티커로 쌍꺼풀을 만든다며 거울과 마주하는 시간이 길다보니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심산이에요. 그럴 땐 아이들을 설득시키는 게 제 몫이죠.

위 기사는 [매거진 키즈맘] 1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입력 2014-12-30 13:36:56 수정 2014-12-30 17: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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