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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육아, 많은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집중'

입력 2015-01-09 17:01:59 수정 2015-01-09 17: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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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프로그램에서는 아빠육아가 대세가 됐지만 아직도 집에가면 그저 눕고 싶고 쉬고싶은 아빠들이 많다.

맞벌이 부부인 최정은 씨는 주말에 밀린 빨래를 하려고 남편에게 15개월 된 아들을 봐달라고 부탁했다. 잠시 후 돌아와서 보니 남편은 그저 아이를 말그대로 보고만 있었다. 아이를 옆에 끼고 같이 TV를 시청하고 있었던 것.

아이를 데리고 물끄러미 TV만 보고 있었던 남편에게 화가 난 정은씨는 "다른 남편들은 다 가정적이고 아이와도 잘 놀아준다는데 당신만 왜이러냐"고 짜증을 부렸고 남편은 "애를 보라고 해서 보고있었는데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냐"고 언쟁을 벌이다 결국 부부싸움으로 이어졌다.

세상의 많은 아내들이 남편에게 '육아에 동참하라'고 하면 많은 아빠들은 이렇게 항변한다.
"나도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밖에서 돈 버는 게 어디 쉽나요. 저도 좀 쉬어야죠!"

정신과 의사 하지현은 <엄마의 빈틈이 아이를 키운다> 저서를 통해 "최근의 프렌디 열풍은 어떤 면에서는 직장에서 하루 종일 치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받는 아빠들에게 또 다른 짐인지 모른다"고 말한다.

말그대로 대한민국의 아빠들은 더욱 고달프다. 맞벌이 부부가 늘고 행복을 중요시 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아빠들이 고달파졌다. 일에 치이고 회식자리에서 진을 빼는데 아이들 양육 책임까지 요구받고 있다. 아무리 일에 지쳐도 집에 와서 아이들을 돌보지 않으면 좋은아빠라는 얘기를 못듣는다. 가장이라고 손끝 하나 까닥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권위만 행사하는 아빠는 설 자리가 없다. 친구같이 친근한 아빠, 다정다감한 아빠가 현대사회에 걸맞는 아빠 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절대적인 시간이 모자란다고 육아에서 아빠 역할을 방기해도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육아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10분이든 15분이든 그 시간만이라도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하지현 원장은 "엄마 없이 아이와 단둘이 보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더더욱 좋다. 가족 전체가 함께하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온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고 여행을 할 땐 아이가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이라고 인지하지 못한다. 처음엔 불편하고 어색할 수 있지만 아빠와 단둘이 보낸 시간은 아이에게 오래도록 기억된다"고 조언했다.

아이가 둘이라면 한 명씩 따로따로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해보자. 아주 짧은 시간이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어쩌다 한 번 시간이 생길 때 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규칙적으로 일관되게,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중점을 둬야 할 점은 아빠가 엄마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을 제공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어리다면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 좋다. 아빠와 아이가 함께 운동을 하면 이겼을때 기쁨과 졌을 때 인정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 좋다.

<0~3세 아빠 육아가 아이 미래를 결정한다>에도 아이의 언어발달에도 아빠의 영향력이 얼마나 막대한지를 잘 드러나 있다.

미국 캐롤라이나 대학 연구진이 2세 아이를 둔 맞벌이 부부가 집에서 아이와 놀 때 그 과정을 비디오로 촬영했다. 부모가 얼마나 다양한 단어를 사용하는지를 분석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1년 뒤 아이가 3세가 됐을 때 언어능력을 측정했다. 그 결과 아이와 놀 때 더 다양한 단어들을 사용한 아빠를 둔 아이들이 3세가 됐을 때 언어능력이 훨씬 발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엄마가 다양한 단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아이의 언어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아빠와 많이 놀아 본 아이들은 스트레스나 변화에도 훨씬 잘 적응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3살 이전의 뇌는 어떤 자극을 받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미완의 뇌'이다. 다양한 자극에 노출될수록 아이의 뇌 발달은 잘 이뤄진다. 엄마 뿐만 아니라 아빠의 자극이 필요한 이유다. 아이에게는 엄마는 줄 수 없는 아빠만의 고유한 자극이 있다. 놀이 등을 통한 아빠의 자극은 아이의 뇌를 발달시키는 최고의 장난감이다.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는 이제 그만! 하루에 단 15분이라도 집중적으로 아이가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놀아주자. 뭔가를 가르치며 놀려하기보다는 아이가 놀고 싶어하는 방법으로 노는 것이 정답이다. 처음엔 어색할지 몰라도 이같은 경험이 쌓이다보면 아이의 뇌와 언어발달은 폭발적으로 상향곡선을 그릴 것이다.

지난 2011년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의 자작시가 부모들에게 충격을 준 일이 있다.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엄마가 있어 좋다. 나를 이뻐해 주어서. 냉장고가 있어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강아지가 있어 좋다. 나랑 놀아 주어서.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냉장고만도 못한 아빠, 그게 바로 내 얘기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키즈맘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입력 2015-01-09 17:01:59 수정 2015-01-09 17:17:59

#산업 ,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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