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에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밝혀지면서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어느때보다 높다.
이런 가운데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가 21일 "보육인으로서 참담함과 송구함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청의 CCTV 전수조사에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연합회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인천 어린이집 학대사건과 관련해 누구보다도 충격과 분노의 감정을 지울 수 없다"며 "아동학대 사건이 보육현장에서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뼈를 깎는 자정과 노력을 약속 드린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아동학대예방을 위해 △전국 어린이집이 참여하는 자정결의 및 아동학대예방교육 △아동학대 안전사고 제로인증제 확대 등을 약속했다. 연합회는 또 국회와 정부 당국에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보육교직원 자격관리 강화 △실질적인 처우 개선 △보육료 현실화 △교사대 아동비율 조정 등을 촉구했다.
연합회는 논란이 되고 있는 어린이집 CCTV(폐쇄회로TV) 전수조사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나 예방책이 아닌 임시로 당장의 아동학대문제는 지나가고 보자는 식의 고식지계"라고 평가했다.
정광진 연합회 회장은 "경찰청이 어린이집 CCTV에 대해 전수조사하겠다는 방안에는 협조할 수 없다"며 "국회에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계류돼 있는데 법안이 통과되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 연수경찰서는 21일 송도 어린이집 폭행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아동복지법상 학대 혐의로 보육교사 A(33·여)씨를 지난 17일 구속한 바 있다.
A씨는 지난 8일 원생 C(4)양이 점심식사 후 김치를 남겼다는 이유로 뺨을 강하게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인천 부평구 부개동의 한 어린이 집에서 주먹 등으로 아동들을 상습 폭행한 보육교사 김모씨(25·여)는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조사 결과에 따라 아동학대 혐의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부개동 어린이 집에서 확보한 폐쇄회로(CC)TV 동영상 등에 담긴 63건의 폭행 정황을 조사하고 있다. 또한 10여명의 피해 아동과 학부모들이 진술한 내용에 대해서도 사실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라이브 CCTV 설치까지도 도입해 실시간으로 아이의 일과를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청원하고 있다.
라이브 앱 CCTV 설치는 남경필 지사가 어린이집 폭행 근절 대책의 하나로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처음 제안했다.
그는 "어린이집에서 라이브 앱 기능의 CCTV 설치를 신청하면 모두 지원하겠다.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보육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라이브 CCTV 설치하고 근무했던 보육교사의 경험담은 단지 장점만 있지는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0세부터 2세까지의 가정어린이집에서 만2세반을 맡았는데 수업중에는 휴대폰 사용을 하지 않으니 모든반의 학부모님들 5분이 멀다하고 전화했었다. 밥먹을때 왜 우리애는 선생님 옆이 아니냐, 왜 누구는 5번 안아주고 우리애는 4번 안아주냐. 기저귀 갈면서 눈맞춤하고 마사지 해주는걸 때리는걸로 착각해서 아동학대 신고 당했던 적도 있다. 수사 과정에서 cctv 확대 분석 결과 아이가 확연히 웃는얼굴, 멍이나 다친 자국이 없다 판결나서 종료되었지만 이미 상처받았다"고 경험담을 전하기도 했다.
인터넷 게시판 상에서는 "어린이집 교사들을 어떻게 믿겠나. CCTV를 당장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과 더불어 "CCTV만이 능사는 아니다. 내 아이만 최고인줄 아는 일부 엄마들에게는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일부 몰지각한 교사들의 사건으로 대다수 선량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를 보는 사회적 시선까지 냉랭해지면서 자존감이 떨어진 대다수의 교사 처우문제도 지적되는 상황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9일 '아동학대 방지 간담회'에서 "늦었지만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시스템이 마련되야 할 때"라며 "아동학대를 범한 교사에 대한 처벌과 CCTV 설치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키즈맘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