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는 아이가 선생님들에게 사랑을 받을거야.'
엄마들은 대체로 이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현직교사들은 입을 모아 늘 밝게 웃는 아이, 인사 잘 하는 아이, 스스로 하려고 노력하는 아이, 친구들과 사이좋게 노는 아이, 거짓말하지 않는 아이 등 '인성'이 제대로 된 학생을 마음속으로 예뻐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런 아이들은 학급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오히려 반 친구들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 선생님이 총애를 받는다.
현직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조언이 담긴 입학 적응 노하우 '인성편.'
◆ 감정표현이 서툰 초등 1학년생
초등학교는 아이들이 경험하는 첫 사회생활이다. 사회 초년생인 여덞 살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다른 사람의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직 친구들이나 선생님에게 관심 받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툴기만 하다. 아이들은 성격, 기질, 가정환경에 따라 이런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 저마다 다르나, 반에서 인기 최고가 되고 싶은 마음은 같다.
- 관심받고 싶은 아이들의 표현법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껌이나 사탕을 은근슬쩍 내민다. 이는 친구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것으로 물건은 지우개, 연필, 장난감, 스티커 등으로 다양하다.
어리광을 피운다. 집에서 막내인 아이들은 돌봄을 받는 데 익숙하다. 반대로 동생이 있는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또래 친구들을 잘 보살펴준다. 이런 성향의 둘은 단짝이 되기도 한다.
친구들을 자기 마음대로 통제하려고 하고 뜻대로 안되면 불안해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은 강한 어조로 친구들을 휘어잡고, 그들 주변에는 항상 무리가 형성된다.
◆ 친구와 관계 좋은 아이들의 특징
초등학교 1학년생이라고 모두 감정표현에 서툰 것만은 아니다. 차승민 선생님은 공감능력을 바탕으로 친구들을 배려하는 아이가 반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 높다고 말한다. 즉, 아이들 사이에서 진정한 리더가 되는 것이다. 친구들의 말에 잘 웃고 친절한 아이는 친구들 뿐만 아니라 선생님도 좋아한다.
흔히 친구들 앞에서 씩씩하게 이야기하고 목소리가 크면 리더십 있는 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런 아이가 다른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것은 아니다. 또래보다 몸집이 크고 힘이 센 아이는 얼핏 보면 리더처럼 보인다. 아이들도 꼼짝없이 그의 말을 따른다. 하지만 이런 리더십은 친구들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을 주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실제로는 아주 제한적으로 작용한다.
목소리가 큰 아이도 마찬가지다. 이 아이는 목소리만 클 뿐 친구들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주장만 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아이들이 이 말을 무시하는게 대부분이다. 이런 성향의 아이들은 결국 분란을 일으켜 선생님의 중재가 필요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반면, 주변에 친구가 모이는 아이는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잘 받아주고 기쁜 얼굴로 맞아주는 긍정적인 성향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마음이 단단한 아이는 스스로에 대해 적당한 자신감도 있고, 마음이 따뜻해 친구들을 잘 받아준다. 그러니 친구들은 모두 그 아이와 짝이 되길 기대한다.
이렇게 배려심이 높은 아이는 자존감도 높은 아이로 가정에서 충분한 사랑을 받은 아이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에게 자신이 부모로부터 존중 받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준다. 간혹 자녀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것도 좋을 방법이다. 이는 엄마·아빠가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해주고 있음을 친구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 자존감을 키울 수 있다.
◆ 물어봐도 대답 안하는 아이의 속마음
아이가 학교 갔다와서 도통 말을 안한다고 하소연하는 부모들이 많다. 친구들과 했던 재밌는 놀이라든지, 시험에서 백점을 맞았다든지, 선생님께 칭찬을 받았다든지 등 엄마는 아이가 집에 돌아와 조잘조잘 말해 주길 원한다. 아이가 엄마의 눈에 안 보이는 곳에서 어떤 생활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해서다.
답답한 마음에 엄마는 자신이 먼저 아이에게 학교 생활에 대해 묻는다. "학교는 재미있었니?", "오늘 학교에서 뭐 배웠어?",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냈어?", "선생님 말씀 잘 들었어?" 등의 폭풍같은 엄마의 질문에도 아이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 아이가 대답을 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김지나 선생님은 엄마가 하는 질문들이 아이가 대답하기 곤란한 것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학교에서는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놀 때를 제외하고 재미없는 시간이 더 많다. 어려운 문제를 풀고 졸음을 참아가며 수업을 듣는 학교 생활을 '재미있었다' 혹은 '재미없었다'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친구들과의 사이에 관한 질문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하루에 열두번도 더 싸웠다가 풀어지기를 반복한다. 또 어느 친구와는 사이좋게 지내고 나를 놀리는 다른 친구와는 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수업 시간에는 선생님 말씀에 귀기울인 시간도 있을 것이고, 짝꿍과 장난친 시간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엄마의 이런 단편적인 질문들에 아이는 어떤 대답을 해야할지 모르고 우물쭈물하는 것이다.
-아이의 말문을 여는 대화법
아이에게 학교생활을 물어볼 때는 좀 더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오늘 학교에서 괴롭히거나 놀린 친구는 없었어?", "오늘 공부했던 것 중에 어려운 문제는 없었어?" 같은 아이가 쉽게 상황을 떠올릴 수 있는 질문을 한다.
다만, 아이의 이야기를 듣다가 말고 "그럴 땐 이렇게 했어야지"라고 훈계하면 아이는 다시 입을 다물게 되기 때문에, 일단은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해주면서 들어줘야 한다. 훈계가 필요하다면 나중에 아이가 그 감정을 잊을 때쯤 조용히 불러 다시 이야기해도 늦지 않다.
◆ 차승민 선생님의 초등 1학년생 추천 영화
차승민 선생님은 책 '영화를 함께 보면 아이의 숨은 마음이 보인다(전나무숲)'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영화로 하는 초등학생 인성교육을 계속해오고 있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초등영화교육 전문가가 추천하는 초등 1학년생을 위한 영화는 뭘까.
그는 월트디즈니 고전 애니메이션을 강력 추천한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라이온킹 등 2D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의 정서발달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부드러운 색감과 움직임, 아이들과 귀를 사로잡은 배경음악, 자극적이지 않은 내용은 물론이고, 마음을 따스하게 해주는 감동, 교훈을 준다. 또 이런 효과는 부모와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눠야 배가된다고 강조한다.
도움말 : 차승민 선생님-'영화를 함께 보면 아이의 숨은 마음이 보인다(전나무숲)', '선생님 사용 설명서(고래가숨쉬는도서관)'의 저자
김지나 선생님-'초등 1학년의 사생활(한울림)'의 저자
키즈맘 신세아 기자 ss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