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이가 물었다.
“엄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요?”
엄마와 일 사이에서 뛰어다니며 바쁘게, 열심히 살았지만, 혹시 꿈을 잃어버린 채 살아온 건 아닌가. 그렇게 바쁘다는 이유로 아무도,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던 내 ‘엄마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과연 우리 사회는 엄마가 일하고 꿈꾸고 행복해질 수 있는 공간인가.
이런 물음들을 손에 꼭 쥔 채 박경림은 그녀가 만나고 싶었고 묻고 싶은 게 많았던 ‘엄마’들을 찾아다니며 결국엔 ‘엄마의 꿈’에 이르기 위한 긴 ‘사람 여행’을 시작한다.
그 결과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배우 홍은희, 여자 핸드볼 감독 임오경, 배우 신은정, 국립발레단 명예예술감독 최태지, 명필름 대표·영화제작자 심재명, 대한항공 기장 황연정, 뮤지컬 배우 전수경, 쇼호스트 유난희, 작가 하성란, 배우 박은혜, 바둑기사 한해원, 방송인 최윤영, 소아정신과 의사·국회의원 신의진, 배우 채시라, 농구코치 전주원, SM C&C 대표 송경애, 환기미술관 설립자 김향안, 18인의 엄마를 만나 완성한 인터뷰를 묶어 책으로 출간하게 된 것.
일반적인 워킹맘들은 일과 육아, 나와 엄마라는 역할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기 일쑤다.
박경림이 만난 18인은 그간 감춰왔던 평범한 엄마로서의 삶과 고민, 꿈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화려한 유명인이자 커리어우먼으로서의 삶 너머에 있는 엄마의 삶, 촬영장에 유축기를 챙겨가며 아이에게 모유 수유를 하고, 아침마다 아이를 떼놓고 일하러 가야 하는 삶…… 여기 모인 엄마들은 매일 엄마라서 겪는 좌충우돌과 난관에 대해 때론 가슴 짠한 공감의 수다를 나누고, 때론 ‘분산육아’ ‘마주일기’ ‘원격 숙제 관리’ 등 자기만의 ‘워킹맘’ 노하우를 공유하며, ‘엄마의 삶’에 대해 한바탕 이야기 축제를 벌인다.
박경림은 이 책에서 18명의 엄마에게서 듣고 깨닫고 배운 것들을 각각 18편의 에세이로 풀어내며 ‘엄마의 꿈’을 완성해냈다. 그녀 스스로 일찌감치 자신의 꿈을 결정하고 엄마가 된 이후에도 육아를 병행하며 그 꿈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해온 한 사람의 ‘꿈꾸는 엄마’로서, 재기발랄하고 똑부러지는 ‘네모공주’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가면서 맞닥뜨린 여러 가지 문제와 고민들을, 동시대 엄마들과의 소통과 공감으로 풀어가는 과정은, 우리 시대 엄마와 여성들에게 가슴 뜨거운 응원과 희망의 메시지를 줄 것이다.
MBC의 간판아나운서로 일하다 퇴사한 방송인 최윤영은 요즘 육아커뮤니티에 들어가면 사표를 쓰겠다는 다른 엄마들에게 절대 퇴사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프리랜서로 전향해 일을 더 많이 하려고 MBC를 퇴사하는 거라던 세간의 말과 달리 사실 그녀는, 엄마와 떨어지면 분리불안증세를 보이는 아이 때문에 퇴사한 것이었다. 그러나 퇴사 후 더 큰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그녀는 미처 몰랐었다. 퇴사 후 꿈을 되찾기까지, 최윤영의 고백은 눈물겹다.
한편, 시댁의 반대를 무릅쓰고도 일을 포기할 수 없었던 쇼핑호스트 유난희의 기억은 워킹맘이 겪어야 할 모든 고난을 총집결해놓은 투쟁의 역사와도 같다. 몇 번씩 ‘이혼’까지 각오해야 할 정도로 그녀가 일하는 걸 극심하게 반대하는 남편과 시댁에 맞서 끝내 자기 일을 지켜낸 유난희는, 세상의 엄마들에게 아무리 힘들어도 ‘누구 때문에’ 일을 그만두지는 말라고 조언한다.
“무엇을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 다만 늦은 마음이 있을 뿐이다.”
_마흔에 한복집을 열어 세계적인 한복 디자이너가 된 엄마 이영희
“그 모든 과정이 그렇게 비참하고 힘들 수가 없었지만, 일하는 순간만큼은 언제나 좋아 미칠 것 같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누구 때문에’ 일을 그만두지는 마라.”
_시어머니와 싸워가며 내 일을 지켜낸 억대 연봉 쇼호스트 엄마 유난희
“이제부터는 나 자신을 위해 살자. 내가 먼저 살아야 애도 살고 나도 살겠구나.”
_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실제 주인공 엄마 핸드볼 감독 임오경
“힘든 게 계속 쌓이고 너무 힘들어서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휴가를 떠나요.
엄마에게도 엄마만의 시간이 필요해요.”
_국민 남편에게 휴가 받는 엄마 배우 홍은희
<본문中>
키즈맘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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