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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맘' 이지원이 제안하는 감성교육] 지킬 엄마와 하이드 엄마

입력 2015-02-22 13:30:00 수정 2015-02-23 18: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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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엄마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TV는?

정답은 ‘CCTV'다.

요즘 이런 슬픈 농담이 유행한다고 한다.

내 아이를 안심하고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기관을 찾는 게 어렵다고들 한다.

하지만, 사실 난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를 때리는 뉴스 영상을 보며 가끔씩 내 안에 숨어 있던 ‘하이드 씨’가 등장해서 아이에게 심하게 대했던 순간들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다.

사람들을 말한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으로 훈육’을 하는 것과 교사가 구타하는 것은 다르다고.


그러나, ‘엄마’라는 이름으로도 온전히 책임을 면하기엔 스스로 부끄러운 순간들이 내겐 종종 있었다. 아이에게 화가 날 때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내 안의 폭력성이 분출하면 결국 내 안에 숨어있던 ‘하이드 엄마’가 등장했다. 육아를 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

인내심을 잃어버린 나의 하이드 씨는 늘 이런 말을 속삭였다.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힘든 건데, 내가 지금 너 하나 키우면서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하는지 알기나 하는 거니?’

사랑스럽던 아이가 한 순간에 ‘미움덩어리’로 느껴진다. 화가 나서 미친 여자처럼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있는 힘껏 엉덩이와 등짝을 내려치기도 했다.

괴물로 변한 엄마의 모습에 놀라서 크게 울던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란...

'하이드 엄마'를 부르는 ‘피로’

이성적인 ‘지킬 엄마’로 돌아오던 어느 순간, 내가 도대체 어떤 상황에서 ‘하이드 엄마’로 변신하는지 생각해 보았다. 다른 때 같았으면, 가볍게 넘겼을 일도 과도하게 아이를 심하게 대하게 되는 보이지 않는 ‘힘’(?)은 바로, 육체적으로 피곤해 있을 때 나타났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그 피로는 대부분 육아용품 쇼핑으로 시작해 나의 옷과 잡동사니 쇼핑으로 이어져 새벽에서야 잠이 들었기 때문에 생긴 것일 때가 많았다.

때로는, 아이가 잠든 밤 밀린 드라마와 영화를 몰아보느라 밤을 꼴딱 새고 나서 비몽사몽한 상태로 아이와 씨름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등장해서 괴성을 질러대고 있었다. 별 것 아닌 일도 아이에게 소리를 치고, 화를 내는 못난 엄마가 되는 건 결국 ‘피로’라는 악당이 나를 짓누르기 때문이었다.

비교쟁이 엄마의 끝.


자애롭던 엄마조차도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화를 내게 되는 시점을 만나게 된다. 바로, 아이가 학습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또래 아이들이 모두 내 아이보다 앞서 가는 것 같다는 조바심을 느끼면 내면의 ‘비교쟁이 하이드 엄마’가 슬슬 나타나기 시작한다. 한글을 일찍 마스터한 아이, 영어를 줄줄 읽는 아이, 어려운 수학문제를 척척 푸는 아이를 만난 다음 집에 온 저녁이 바로 그녀가 ‘등장’하기 좋은 시간이다.

예민해져 있는 엄마의 눈치도 모르고, 하필 내 아이는 어이없는 실수를 한다. 우유를 쏟고, 밥을 안 먹겠다고 떼를 쓰고, 학습지 선생님이 내 준 숙제 같은 건 하기 싫다고 소리친다. 내면에 그 시점에서 ‘하이드 엄마’가 등장한다. 그리고는 아이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도 서슴없이 내던진다.

“너 바보야? 너 멍청이야?”

“너 같은 애는 밥 먹는 것도 아까워.”

“넌 도대체 누굴 닮아 그러니?”

'아이에게 어떤 미운 말을 해서 자극을 줄까'하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하다.

건강하게 태어나 준 것만으로 고맙다고 느꼈던 최초의 순간은 잊힌지 오래다.

우리가 비교쟁이 엄마가 되는 순간 ‘하이드 엄마’를 자주 만나게 될 가능성이 엄청나게 높아진다.

‘하이드 엄마’를 ‘지킬 엄마’로 바꿔주는 거울 보는 시간.

화가 나서 아이를 혼내다가 문득 거울을 본 적이 있었다. 거울 속에 분노로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가진 낯선 여자가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저렇게 내가 무서운 얼굴이었던가?

그러고 보니, 연애할 때 이후로 거울을 자주 들여다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사실, 보고 싶지도 않았다. 늘어진 티셔츠에 질끈 묶은 머리, 푸석푸석해진 얼굴을 애써 외면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에게도 하루에도 몇 차례씩 화장을 고치고,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확인하던 때가 있었다.

사람들은 여자가 연애를 하면 예뻐진다고 하는데, 육아를 하면 여자들은 반대로 미워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난 아이에게 화가 날 때 그 순간을 피하기 위해, 화장실에서 찬물로 세수를 한번 하고 거울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화를 내고 있는 내 자신의 모습을 ‘CCTV’ 대신 ‘거울’이라는 작은 창을 통해 들여다보기 위해서였다. 생각보다 이 방법은 제법 효과가 있었다.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나의 치명적인 순간을 ‘거울’을 통해 직접 봄으로써 객관화시키고 호흡을 쉬고 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영국의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미국에서 제작된 브로드웨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하이라이트는 완벽해 보이던 지킬 박사가 내면에 잠재된 잔인한 하이드의 힘이 점점 더 커지면서 몸부림치며 괴로워하는 장면이다.

공부를 많이 한 엄마도, 모든 사람들에게 성격 좋다고 칭찬받는 엄마도, 내 아이에게는 늘 현명하고 좋은 얼굴로만 대할 수 없다는 게 육아의 어려움이다. 누구나 숨어있는 ‘하이드’ 씨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그 ‘내면의 두 얼굴’을 잠재우고 뿌리치는 조절 능력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어른도 아이처럼 ‘분노 조절’ 능력을 배우고 연습해야 한다.

우리가 현명하고 자애로운 ‘지킬 엄마’로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육아서적이 될 수도 있고, 종교생활이 될 수도 있고, 또래 이웃 엄마들과의 수다모임이 될 수 있다. 악기를 배우고, 춤을 추고, 무작정 걷기라도 하자. 뭐라도 좋다. 부지런히 ‘하이드 엄마’를 사라지게 하는 ‘마법의 약’을 찾아야 한다.

오래전에 내가 미친 ‘하이드 엄마’로 변신해 있을 때 나의 모습을 지켜보시던 친정엄마는 내게 말했다. ‘네가 지금처럼 아이를 대하면 사춘기 때 아이가 집 나가는 건 시간문제다.’ 라고.... 그 얘기를 듣는 순간, 흠칫했다. 그 무섭다는(?) ‘사춘기’를 잘 넘기기 위해서라도 나는 좀 더 ‘인내심’ 있는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사실, 엄마의 인성과 품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제대로 된 거울은 ‘자식’이다. 엄마가 함부로 던졌던 말과 행동을 아이들은 금방 따라하고 타인에게 그대로 내보여 주니까 말이다. 나의 또 하나의 ‘거울’인 내 아이를 제대로 키우기 위한 노력은 결국, ‘엄마’ 자신에게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육아에 일관성을 가지고, 어떤 상황에서도 현명한 모습으로 아이를 대하는 ‘좋은 엄마’.

그 시작은 어렵지만, 걸음마를 하던 아이가 어느새 뛰어다니듯 노력만 한다면 엄마의 감정 컨트롤 능력도 조금씩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오늘도 나는 여러 번 내 안의 ‘하이드 엄마’를 만났다. 가끔은 그녀와 한패가 되기도 했고, 가끔은 그녀를 힘껏 내밀기도 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나는 ‘엄마’니까 거울 속의 내가 환하게 웃는 그날까지 열심히 노력을 할 생각이다.

시도 때도 없이 자주 등장하는 못난 ‘하이드 엄마’를 잠재울 수 있는 감동의 ‘지금 이 순간’이 마침내 찾아올 것이라 믿으며.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간절히 바라고 원했던 이 순간
나만의 꿈이 나만의 소원
이뤄질지 몰라 여기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말로는 뭐라 할 수 없는 이 순간
참아온 나날 힘겹던 날
다 사라져 간다 연기처럼 멀리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

-'지킬 앤 하이드' 중에서-


이지원 < 교육칼럼니스트 >
입력 2015-02-22 13:30:00 수정 2015-02-23 18:17:59

#산업 ,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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