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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에는 왜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아빠들이 많을까

입력 2015-03-16 14:37:00 수정 2015-03-16 14: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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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을 경험해본 여성들에게 그들이 기억하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떠올려보라 하면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유모차를 끌고 있는 젊은 북유럽 남자!"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보면 스칸디나비아에서는 요일을 가리지 않고 아기를 돌보거나 아이들과 산책하고 있는 젊은 아빠들이 유난히 많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그런데 그 많은 젊은 아빠와 엄마들이 어떻게 평일 낮에 아기들을 그처럼 예쁘고 살뜰하게 돌볼 수 있는 걸까?

유럽에서 인권을 공부하며 경험한 북유럽 이야기를 <북유럽은 행복하다(부즈펌)>로 펴낸 양정훈 씨는 그 비결을 아주 길고 체계적인 육아휴직 기간으로 꼽았다.

스웨덴부모들이 출산을 전후해서 쓸 수 있는 법정 육아휴직 기간은 무려 480일. 경우에 따라서는 충분히 더 쓸 수도 있다고 한다. 노르웨이 역시 육아를 위해 400여 일의 휴가를 쓸 수 있다. 게다가 이 기간 동안 급여는 80~100%를 그대로 받는다. 또 육아휴직이 끝난 뒤에도 원래 직장으로 돌아가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어서 경력 단절을 걱정하는 일도 거의 없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런 육아정책들이 가능한가에 있다. 그 이유는 아이들과 되도록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사랑을 느끼도록 해주는 것이야말로 삶에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성공이라고 북유럽 부모들은 믿고 있기 때문. 더 나아가 부모들과 함께 시간을 나누며 사랑을 배우는 아이들을 길러내는 것이야말로 국가와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책이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고하게 잡혀 있기 때문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육아정책들이 가능한 것이다.

아울러 북유럽의 부모들은 아이에게 엄마와 아바의 사랑과 관심이 모두 똑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녀를 양육함에 있어서 부모의 동등한 참여를 상식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육아휴직 기간 중 일부를 반드시 아빠들이 쓰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노르웨이 아빠들의 육아휴직 비율은 80%에 이른다. 스웨덴의 경우도 역시 480일의 법정 육아휴직 기간 동안 부모 중 한쪽이 420일을 넘겨 쓸 수 없고 나머지 60일은 다른 한쪽이 써야 한다. 만약 이때 부부가 480일을 절반씩 나눠 공평하게 쓴다면 정부로부터 우리 돈으로 약 200만 원 정도의 양성평등 기여금을 받는다. 그러니 평일 공원에서 아기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다정다감한 아빠들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 <북유럽은 행복하다 본문中>

언제부터인가 우리 생활 속에 ‘북유럽’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로 대변되는 촘촘한 복지, 단아하면서도 세련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아이의 생각과 자유를 억압하지 않는 교육 방식 등 사회 전반에서 북유럽의 라이프스타일과 사회 시스템을 닮고자 하는 열풍이 불었다.

‘미국은 아주 큰 나라지, 서울은 정말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야’라고 말하듯 북유럽 사람들은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야”라고 자연스레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열심히, 치열하게 살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그로써 행복해졌다, 행복하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기는 어렵다. 육아에 있어서도 아빠들의 육아휴직은 마치 엄청난 '구경거리'처럼 받아들여지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늘 조바심을 내며 무언가에 쫓기듯이 달려 나갔지만 그것이 결코 좋은 삶, 행복한 순간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북유럽은 행복하다>는 달리던 발을 멈추고, 가만히 짐을 챙겨 북유럽으로 향하고 싶다면 반드시 참고해야 할 책이다.

키즈맘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입력 2015-03-16 14:37:00 수정 2015-03-16 14:37:00

#산업 ,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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