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도 불안·우울을 겪는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서울에 살고있는 생후 36개월 미만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실태 조사에 따르면 영유아 10명 가운데 3명은 불안을 느끼거나 우울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같은 방법으로 조사한 미국 영유아에 비해 1.8배 많은 수치다.
돌 이전 영유아의 불안·우울 증상은 눈 맞춤을 잘 못하고 주로 활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 칭얼거림이 심하며, 체중이 늘지 않거나 감소하고, 감염에 잘 걸리고, 무표정하며, 지적인 발달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사회적 관계(애착관계)가 형성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돌 이후엔 불렀을 때 쳐다보지 않거나 단어 2개 이상 연결해 말하지 못하면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걸음마, 언어, 대소변 가리기 등의 발달이 늦고, 유난히 양육자에 매달리거나 지나친 공포와 불안, 반항적인 행동을 보이며, 잘 놀지 않고 짜증을 잘 내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영유아 우울의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가 진행돼야 하지만 조상대상 영유아 부모의 15%는 정서적으로 우울하거나 결혼 생활에 불만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전문가들은 부모의 우울증, 불화는 물론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조급증이나 불안감 역시 영유아 불안 우울 증상을 야기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부모의 유전적 원인의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 학계에 따르면 유전적인 소인이 상당 부분 작용한다. 체질적인 유전과 환경의 대물림 현상이라는 것.
선천적으로 뇌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하거나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 우울증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임신 후 모체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많이 분비하게 되고, 이때 과잉 분비된 스테로이드는 태아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이러한 영향은 태아의 뇌세포 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스트레스에 취약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차후 우울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가족력이나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유전인자를 가진 사람은 외부환경의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될 경우 우울증에 발병되기 쉽다. 특히 산전 혹은 산후에 발병하는 경우 태아와 어린아이에게 부모의 감정이 그대로 전달돼 주의해야 한다. 우울증은 재발의 가능성이 높아 산후우울증의 경우 다음 아기를 임신할 때에도 똑같은 현상이 재현되기 쉬워 관리가 필요하다.
아이들은 부모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는다. 엄마의 상태가 우울하다면 아이의 상태를 파악해서 양육하는 데에 지장이 있게 된다. 따라서 아이와 엄마 모두를 위해 우울증은 성격적인 문제가 아닌 질병이라는 인식 아래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키즈맘 신세아 기자 ss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