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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인데 출생신고도 못해… 미혼부들의 기막힌 사연

입력 2015-04-17 22:24:59 수정 2015-04-17 22:2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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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만큼이나 미혼부들도 아이를 키우는데 어려움이 많다.

지난 2012년 통계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95년 2630가구였던 미혼부는 2010년 1만8118가구로 6배 이상 증가했다. 차상위 계층(최저생계비 130% 이하)이하인 미혼부 가정은 636가구로 전체 미혼부 가구의 3.5%에 달한다. 차상위계층 미혼모가구가 전체 미혼모 가구의 1.9%인 점을 감안하면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미혼부가 빈곤한 미혼모 가구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셈이다.

미혼부는 아이의 출생신고부터 난관이 부딪친다. 현 제도에서 미혼부들은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은 혼인 외 자녀의 출생신고 의무자를 '친모'로 규정해두고 있다. 분만을 도운 의사나 조산사, 친모와 함께 사는 친족 등 제3자도 출생 신고를 할 수 있지만 정작 친부는 할 수 없다.

출생신고를 못하면 주민등록번호를 받지 못해 자녀는 건강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고, 어린이집에도 보낼 수 없다. 자녀를 키울 시설도 크게 부족하다. 미혼부자가족시설은 3곳으로, 미혼모자가족시설(60곳)보다 훨씬 적다.


지난해 방송된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미혼부인 일명 '유모차남' 김씨의 사연이 소개돼 안타까움을 준 적 있다.

강남 일대에서 유모차를 끌고 나타나 유모차남이라고 불리게 된 김씨는 8개월된 딸 '사랑이'를 위해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그가 시위를 시작한 까닭은 '혼외자의 경우 친모만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는 법 규정 때문에 출생 신고를 할 수 없었던 상황 때문이었다.

친모가 아이를 낳고 집을 떠나 가족관계등록부에 오르지 못한 사랑이는 의료보험은 물론 보육료 지원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대로라면 어린이집 등록이나 이후 교육을 받기에도 어려움이 따를 터였다.

그의 사정이 방송을 통해 알려진 후, 그가 속한 구의 법적 지원으로 비로소 아이의 주민등록신고를 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출생 이외에는 없었던 과거의 원칙을 법무부가 좀처럼 바꾸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혼외자녀와 친생자 관계임을 확인하는 인지청구소송을 하면 출생신고가 되지만, 이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

인지청구소송을 통해 출생신고를 하려면 총 4건의 재판을 거쳐야 한다. 미혼부가 자녀의 출생신고를 위해서는 먼저 성본(姓本)의 창설허가심판청구를 하게 된다. 이때 갓난아이는법원에 직접 청구할 수 없으니, 아빠가 특별대리인 자격으로 이를 제출한다.

하지만 친족관계에서나 가능한 특별대리인이 되기 위해선 DNA 검사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따라서 DNA검사도 받아야 한다.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미혼부들도 많아 이런 복잡한 절차를 거치면서 출생신고 하기를 포기하고 아이를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예전에는 국가가 주는 복지혜택 자체가 적어 출생신고 여부가 아동에게 크게 불이익을 끼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 지원이 늘어나면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을 경우 이런 혜택에서 아동이 소외되고 차별받을 수 있다. 시대의 변화에 맞게 이와 같은 법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폐지해야 할 시점이다.

키즈맘 신세아 기자 sseah@hankyung.com
입력 2015-04-17 22:24:59 수정 2015-04-17 22:24:59

#산업 ,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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