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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 TOP4, 제가 한 번 먹어봤습니다

입력 2015-07-06 22:03:59 수정 2015-07-07 10: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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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것은 담백하다. 마치 평양냉면 처럼 말이다.


한 인터뷰에서 가수 존박은 크리스마스 소원으로 '냉면'을 먹는 것을 꼽았다. 그는 가수가 본업임에도 "냉면이 음악보다 좋다"고 했다. 뮤지션 돈스파이크는 3박 4일 동안 16끼를 평양냉면만 먹었다고 밝히기도 했다.(tvN '수요미식회') 슴슴하고 밍밍한 맛이 시그니쳐인 '평양냉면'은 첫입에 착 달라붙는 맛이 아니라 사람들의 맛의 기준을 흩뜨리는 독특한 음식이다. 평양냉면은 위에서 언급된 연예인들과 같은 '평냉(평양냉면)성애자'들에게는 평생 먹고 싶은 소울푸드 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낯선 음식이다.

배워야 하는 음식 '평양냉면'

대표적인 냉면성애자 존박. 그는 음악보다 냉면이 좋다고 했다. /SBS '한밤의 TV연예'


평양냉면에 붙은 또 하나의 수식어는 '배워야 하는 음식'이다. 냉면이 영어도, 수학도 아닌데 ‘배워야 한다’니. 어릴 때부터 이를 먹어온 사람이 아니고 어른이 되어서야 평양냉면을 접해본 사람치고 첫술에 ‘맛있다’라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이게 무슨 맛?’과 같은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심심하고 밍숭한 맛이 자꾸만 입가를 맴돈다. 그래서 평양냉면 ‘매니아’들은 서너 번쯤 먹었을 때야 비로소 평양냉면 속 숨은 섬세한 맛의 미학을 깨닫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어느 냉면집에는 대미필담(大味必淡)이라는 말이 쓰여있다. ‘맛있는 것은 반드시 담백하다’는 뜻. 평양냉면의 담백함은 여러번의 학습 효과를 통해 점차 중독된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냉면 한 그릇은 땀을 식혀주는 고마운 별미다. 사실 평양에서는 겨울에 동치미 국물을 넣은 냉면을 먹었다. 평양냉면은 겨울철 몸을 덜덜 떨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먹어야 제 맛이라 ‘평양 덜덜이’라고도 불려온다. 이런 냉면이 겨울에서 여름으로 계절 이동을 하게 된 데는 제빙 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00년대에 인공 얼음을 만드는 제빙기술이 개발되면서 냉면을 사랑했던 우리 선조들은 여름에 얼음을 보자마자 냉면과의 접목을 시도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초심자들을 위한 평양냉면 제대로 먹는 법


가위로 자르지 않고 후루룩 입안에 가득 넣고 먹어야 평양냉면의 고수다.


소설 ‘탈향’, ‘판문젼 등으로 잘 알려진 문인 이호철은 냉면을 먹을 때 절대 가위를 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향이 함경도 원산으로 어려서 냉면 먹는 법을 배워서 일 것이다. 가수 이현우도 유사한 경험이 있었다. 그는 “피아니스트 김광민씨가 평양냉면을 너무 좋아하는 ‘평냉신자’”라며 “마포 을밀대에 같이 가서 가위를 달라고 했더니 ‘이걸 왜 가위로 자르냐’면서 화를 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냉면집을 둘러보면 스파게티 면처럼 젓가락에 돌돌 말아 먹는 사람, 국물을 수저로 깨작깨작 떠먹는 사람, 뚝뚝 잘 끊기는 면을 가위로 잘라먹는 사람 등 다양하다. 도대체 평양냉면은 어떻게 먹어야 하는 것일까.

평양냉면 고수들은 자리를 주방 옆 가장 가까이에 잡는다. 메밀은 찰기가 없어 불과 몇 분 사이에 확 불어버리기 때문에 냉면 사발이 배달되는 짧은 시간도 아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주방 가까이 앉아야 만들자마자 바로 불지 않은 탱탱한 면발을 느낄 수 있다.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릴 때에도 주의해야 한다. 출출하고 목마름을 못 이겨 물을 들이킨다면 당신은 하수다. 고수들은 절대 물을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타는 목마름을 참고, 인내해야 냉면을 ‘영접’했을 때에 사발 째 육수를 들이키며 쩡한 짜릿함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평양냉면, 처음 먹어본 키즈맘 기자도 깨끗하게 한 사발을 비워냈다.


평양냉면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바로 ‘육수’다. 된장찌개, 김치찌개는 국물을 입에 넣는 순간 혀를 자극한다. 그러나 평양냉면의 육수는 웬만한 미각이 아니고서야 밋밋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식초병부터 찾지 말자. 육수 안에는 이름난 명가들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식초나 겨자로 맛을 흩트리지 말고 가능한 순수한 맛을 그대로 즐기는 것이 좋다. 충분히 육수 맛을 음미한 뒤 자신의 입맛에 맞게 식초와 겨자를 첨가한다. 육수를 쓰는 집은 식초를 좀더 많이 넣고, 동치미 국물을 많이 쓰는 집은 식초를 적게 넣는 것이 팁. 육수에 모자란 신맛을 식초로 보완하는 것이다. 여기에 겨자의 알싸한 맛을 더하면 좋다.

간을 다 했다면 본격적으로 평양냉면을 맛보자. 찰기가 적은 메밀면은 눈앞에서 퍼지는 것이 보일 정도이기 때문에 10분 안에 먹어야 탱탱한 촉감을 즐길 수 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면발을 젓가락으로 한가득 집는 것이다. 메밀 면은 이로 끊는 것이 아니라 목젖으로 끊어야 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입안 가득 넣고 푸짐하게 먹어야 섬세한 메밀 향을 느낄 수 있다. 면을 다 먹었다면 시원한 육수를 쭉 들이키면 된다. 이대로 먹으면 지금까지 보다 강렬하게 평양냉면의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서울시내 평양냉면 TOP4
키즈맘 기자들이 평양냉면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 시내 이름난 노포(老鋪)를 찾았다. 오늘도 '평양냉면 성애자'들을 양산해나가는 서울시내 평양냉면 TOP4.

<을밀대>

을밀대


길게 늘어선 줄. 10분도 서 있기 괴로울 정도로 뙤약볕이 내리쬘수록 을밀대의 줄은 더 길어진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을밀대는 창업자의 고향이 평양 을밀대 근처라 이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을밀대를 2대째 이어받고 있는 김영길 씨의 아버지는 어릴 적 먹던 냉면의 두께를 어림잡아 재현해냈다. 다른 냉면 집보다는 면 뽑는 구멍이 좀더 컸기에 두툼하다. 면의 빛깔 또한 다른 곳보다 훨씬 거무스름하고 거친 느낌이 있다. 과거에는 도정 기술이 좋지 않아 껍질이 섞여 거무스름한 면이 뽑혔다. 과거의 향수를 느끼기 위해 을밀대에서는 일부러 겉껍질을 남겨 면을 뽑아 메밀 향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을밀대의 냉면은 특유의 면 뿐 아니라 육수색도 진하다. 살코기는 물론 소 한 마리를 뼈까지 넣고 끓인다고 한다. 비싼 갈빗살에 등심까지 넣고 끓여 진한 육수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끓여놓은 육수는 통째 얼린 다음 손님에게 녹여 나가는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살얼음이 낀다. 을밀대 관계자는 “국물을 제대로 즐기려고 하면 식초와 겨자를 넣지 않는 편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고기는 살코기로 뻑뻑한 편이나 오이, 배와 함께 다양한 식감을 즐길 수 있어 좋다. 삶은 계란을 가로로 잘라 주는 것도 특징.

가격 : 물냉면 9000원, 녹두전 6000원, 수육 1만5000원~3만원
주소 : 서울 마포구 숭문길 24
전화번호 : 02-717-1922
영업시간 : 평일 11:00~22:00

<우래옥>

필동면옥


1946년 ‘서북관’이라는 이름으로 맨 처음 문을 연 우래옥. 창업자인 고 장원일 씨는 평양에서 냉면집 ‘명월관’을 운영해 왔는데 월남하면서 요리사 두 명을 데려와 평양냉면 본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때문에 그 어느 냉면집 보다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는 어르신들의 행렬이 길었다. 우래옥은 냉면집 중 가장 비싼 가격으로 유명하다. 한 그릇에 1만2000원. 그러나 다른 곳과는 확실히 차이나는 육수의 맛과 양 때문에 만족스럽다.

우래옥은 동치미 국물은 일절 쓰지 않고 순수한 소고기 육수만을 쓰고 있다고 한다. 육수는 일년 내내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지지만 제면 방법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다르다. 날씨가 추워지면 메밀 함량이 많아지고, 여름 장마철과 같은 후덥지근한 날에는 전분이 평소보다 많이 들어간다. 우래옥은 메밀을 가루 상태로 두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재빨리 반죽을 하고 면을 뽑는다. 때문에 주문하고 나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메밀의 고소한 향을 느낄 수 있다. 우래옥의 역사와 함께한 김지억 전무는 “우래옥 냉면을 맛있게 먹으려면 다른 집보다 식초를 조금 더 첨가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동치미 없이 소고기만으로 육수를 냈기 때문에 식초의 신맛을 더하면 맛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것. 육수 대신 면수를 서브하고 냉면에는 삶은 계란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잘게 채 썬 배와, 백김치, 두툼한 무, 파, 새콤한 겉절이가 맛의 밸런스를 잡는다.

가격 : 평양냉면 1만2000원,비빔냉면1만1000원, 불고기(150g)3만원
주소 : 서울 중구 주교동 118-1
전화번호: 02-2265-0151
영업시간 : 11:30~21:30 (월요일 휴무)

<필동면옥>

우래옥


채 썬 파와 고춧가루가 솔솔 뿌려진 필동면옥의 냉면은 을지면옥과 함께 의정부파 평양냉면의 상징이다. 의정부파 필동면옥의 뿌리는 1.4 후퇴 때 남으로 넘어온 평양 출신 김경필 할머니로부터다. 1969년도 경기도 연천에 평양냉면집을 개업하고 그 후 두 딸이 서울에 분점을 냈는데 그곳이 필동면옥과 을지면옥이다.

필동면옥에 들어서면 근근한 맛의 면수를 손님에게 내놓는다. 면수를 들이키며 목을 축이다보면 눈을 사로잡는 비주얼의 평양냉면이 도착한다. 다른 냉면집에서는 고춧가루를 기호에 맞게 넣지만 이곳에서는 냉면에 처음부터 뿌려져 나온다. 평양냉면에 고춧가루를 뿌려 먹는 것은 메밀의 냉기를 누그러뜨리고 은은하게 올라오는 매운맛으로 입밧을 돋우기 위해서다. 필동면옥의 면은 다른 집보다 면발이 가늘고 희다. 적당히 기름기가 있는 수육 한 점은 육수에 감칠맛을 더한다. 여타 다른 냉면집과 비교해 월등히 부드러운 것을 느낄 수 있다. 느끼한 것을 싫어하는 이들은 고기부터 건져 먹는 것이 좋겠다. 양파, 숙주, 두부를 거칠게 부수어 속을 채운 만두 또한 별미. 육즙이 풍부해 입안을 데일 수 있으니 주의할 것.

가격 : 냉면 1만원, 만두 1만원
주소 : 서울 중구 서애로 26번지
전화번호: 02-2266-2611
영업시간 : 11:00~21:00

<평래옥>

평래옥


1950년 북한음식전문점으로 첫 발을 내디딘 평래옥. 평안도에서 즐겨 먹는 초계탕을 기본으로 앞세우며 독특하고 질리지 않는 냉면맛으로 유명하다. 명동 중앙극장 건너편에서 오랜시간 영업을 했으나 재개발로 인해 문을 닫았었다. 2010년 실향민들의 입맛을 돋구어줄 현재의 평래옥을 재오픈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평래옥은 앞서 소개한 냉면 전문점과는 달리 '닭'으로 육수를 낸다. 냉면을 주문하면 면수나, 소고기 맛이 물씬 풍기는 육수 대신 고소한 '닭육수'가 나온다. 매끈하게 뽑아낸 면은 메밀 함량이 높아 쫄깃하다. 고명으로 나오는 얼갈이 배추, 무가 느끼함을 잡아내고 입안을 산뜻하게 마무리한다. 이 집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밑반찬으로 닭무침이 나온다는 것. 새콤달콤, 칼칼한 맛이 일품인 닭무침은 평양냉면 초보자들에게 안성맞춤. 냉면에 자꾸 손이 가도록 만든다. 호빵 혹은 찐빵과 같이 두툼한 피로 빚어낸 만두는 숙주, 고기, 갖은 야채들로 속을 꽉꽉 채워 포만감을 높인다.

가격 : 냉면 9000원, 초계탕 1만2000원(1인분), 찐만두 1만원
주소 : 서울 중구 마른내로 21-1
전화번호: 02-2267-5892
영업시간 : 11:00~21:30 (일요일 휴무)

<참조 : 냉면열전, 백헌석 최혜림 지음 (인물과 사상사)>

키즈맘 김예랑 기자 yesrang@hankyung.com / 일러스트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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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06 22:03:59 수정 2015-07-07 10:09:03

#산업 ,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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